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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3 겨울방학이 되면 덜컥 겁이 나는 이유

중학교 3학년 끝자락의 묘한 불안감

거울을 보면 그냥 똑같은 중학생인데, 주변 어른들이나 학원 선생님들은 이제 ‘예비 고1’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 시작한다. 솔직히 이게 왜 이렇게 무거운 단어인지 모르겠다. 그냥 3개월 지나면 고등학생이 되는 것뿐인데, 학교 가는 길도 똑같고 내가 맨날 떡볶이 사 먹던 분식집도 그대로인데 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밤만 되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지금 내가 하는 게 맞는 건가? 남들은 다 고등학교 인강이나 무슨 유명한 대치동 과외 어플 뒤지면서 선행 학습을 한다던데.’ 친구들이 단톡방에서 어디 수학학원이 이번에 확률과 통계 특강을 연다더라, 영어 문장 만들기 연습은 이제 필수라더라 하는 얘기를 던지면 나는 그저 조용히 핸드폰을 뒤집어 놓곤 했다.

집에서 혼자 시작해본 인강 학습

불안함은 결국 집에서 해결해야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졌다. 사실 대형 학원까지 오가는 시간도 아깝고, 밤 10시 넘어서 귀가하는 게 너무 피곤해서였다. 부모님께는 큰소리치며 인강만 있으면 1등급 유지할 수 있다고 큰소리를 떵떵 쳤는데, 막상 결제하고 나니 엠베스트니 밀크T니 뭐가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일단 가장 유명하다는 엠베스트 무료 체험을 신청해 봤다. 태블릿이 배송되어 오는데, 택배 박스를 뜯는 순간 이게 내 구세주가 될지 아니면 그냥 자리만 차지하는 애물단지가 될지 알 수 없었다. 가격대를 보니 보통 한 달에 10만 원에서 15만 원 사이를 오가는 수준인데, 이게 저렴한 건지 비싼 건지 판단이 잘 안 섰다. 그냥 학원비보다는 싸겠지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문법 책을 펴놓고 멍하니 보냈던 시간

마더텅 3800제였나, 영어 문법 책이 유명하다고 해서 인강이랑 같이 병행해 봤다. 첫날은 의욕이 넘쳐서 가주어 진주어 부분까지는 술술 풀리는 것 같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주어, 동사, 형용사, 부사… 기본 개념이 꼬이기 시작하니까 인강 강사가 하는 말이 외계어로 들리기 시작하는 거다. 일시 정지를 누르고 다시 듣고, 또 눌러서 필기하고. 그렇게 두 시간 동안 앉아있었는데 정작 푼 문제는 세 페이지뿐이었다. 밖에서 거실 TV 소리가 들리는데, 나만 방 안에 갇혀서 이걸 붙잡고 있는 게 맞나 싶어 눈물이 찔끔 나기도 했다. 확실히 혼자 공부하는 건 의지력 싸움이라는데, 내 의지는 생각보다 나약했다.

2024년 수능 이야기와 현실의 괴리

인강 중간중간에 강사들이 2024년 수능 국어가 어쩌고, 영어가 어쩌고 하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숨이 턱 막힌다. 고등학교 가면 내신 등급이 1등급부터 9등급까지 나뉜다는데, 지금 내 영어 실력이 초등학교 6학년 수준이라고 자책하면서 문법 기초부터 다시 다지는 게 맞는지, 아니면 당장 고등 선행을 해야 하는 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유명한 티쳐스 같은 프로그램 보면 다들 엄청나게 열심히 사는데, 나는 왜 이렇게 하루가 길고 지루한지 모르겠다. 인강을 켜놓고 멍하게 강사의 얼굴만 보고 있는 시간이 늘어갈 때마다, 내가 지금 공부를 하는 건지 아니면 공부하는 척을 하는 건지 혼란스럽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공부 방식에 대한 고민

결국 인강만으로는 한계가 느껴져서 과외 어플을 깔았다가 지웠다를 반복 중이다. 과외는 비용이 꽤 나가니까 부모님께 말씀드리기 죄송스럽고, 그렇다고 인강만 믿고 가자니 고등학교 입학 성적이 걱정된다. 어제는 수학 문제를 풀다가 도저히 이해가 안 가서 그냥 책을 덮고 잠들었다. 다음 날 일어나서 다시 펴보면 어제는 그렇게 안 보이던 게 조금은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지금 내가 하는 고민들이 1년 뒤에는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왜 이렇게 좁은 방 안에서 숨이 막히는지 모르겠다. 고등학교라는 게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그냥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어제 못 푼 문제집을 다시 펼칠 수 있을지 그게 더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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