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시작할 때의 막막함과 강의 선택의 늪
컴퓨터공학 전공으로 학위를 다시 따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가장 먼저 부딪힌 건 정보의 바다였다. 막연하게 ‘컴퓨터 관련 자격증이나 하나 더 따면 되겠지’ 싶었는데, 막상 학점은행제 시스템을 들여다보니 이게 생각보다 복잡했다. 1과목당 보통 15만원에서 20만원 사이를 오가는데, 어디는 패키지로 묶어서 싸게 해준다고 하고 어디는 1:1 관리를 해준다고 광고하니 도무지 뭐가 맞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결국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이 제일 많이 언급하는 곳을 골랐는데, 막상 결제를 하고 나니 내가 들어야 할 수업이 맞는지 불안함이 가시질 않았다. 강의를 듣다가 모르는 게 나오면 물어볼 곳도 마땅치 않고, 그냥 매주 올라오는 동영상 강의를 틀어놓고 멍하니 쳐다보는 시간이 이어졌다.
파이썬과 이론 수업 사이의 괴리감
실습보다는 이론 위주의 수업이 많다는 게 초반에는 꽤나 당혹스러웠다. 나는 당장 파이썬 자격증을 따서 실무에 써먹고 싶어서 시작한 건데, 학점은행제로 듣는 과목들은 어째 운영체제니 데이터베이스니 하는 묵직한 이론들이 중심이었다. 로봇공학이나 AI학과 트렌드에 맞춰 커리큘럼이 짜여있다고는 하는데, 사실 화면 속의 교수님은 10년 전 자료를 그대로 읽고 있는 건 아닐까 싶은 의구심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실시간으로 변하는 AI 기술의 속도를 텍스트 강의가 따라잡지 못하는 느낌이랄까. 정보를 찾으려고 구글링을 더 많이 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니, 비싼 돈 내고 강의를 듣는 의미가 무엇인지 자꾸 되묻게 되었다.
과제와 시험 기간의 예상치 못한 변수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다가오면 일상은 더 엉망이 된다. 특히 코딩 관련 과목의 경우, 단순 암기가 아니라 결과물을 제출해야 하는데 이게 사람을 미치게 한다. 컴퓨터공학이라는 게 원래 혼자 앉아서 에러 잡다가 밤을 새우는 게 일상이라지만, 직장 생활을 병행하면서 하려니 체력적인 한계가 분명히 왔다. 한번은 파이썬 프로젝트 코드를 제출하는데 컴파일 환경이 교육 사이트랑 내 로컬 환경이랑 달라서 에러가 나는데, 이걸 해결하느라 꼬박 이틀을 허비했다. 문의 게시판에 글을 남겨도 돌아오는 건 ‘담당자가 확인 중’이라는 복사 붙여넣기식 답변뿐. 결국은 혼자 구글링하고 스택오버플로우 뒤져가며 해결했는데, 이런 과정이 과연 내 학점과 지식에 도움이 되는 건지 솔직히 아직도 잘 모르겠다.
다른 전공과의 묘한 비교
주변에 디자인학과나 타 전공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쪽도 나름의 고충이 있겠지만, 컴퓨터공학 쪽은 유독 ‘기술 습득’과 ‘학위 취득’ 사이의 갭이 크게 느껴진다. 학교마다 AI 관련 학과를 신설하고 산학협력에 사활을 건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나는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게 맞나 싶다. 제주대나 전북대 같은 곳에서 진행하는 집중 캠프 이야기를 보면, 실제 현장에서 뛰는 사람들과 연결되는 기회가 많아 보이는데 학점은행제는 그런 오프라인 경험과는 거리가 멀다. 그냥 집에서 혼자 인터넷 강의를 보며 점수를 채우는 과정이, 내가 원하는 ‘기술자’로서의 성장과 얼마나 맞닿아 있을지 가끔은 회의감이 든다.
앞으로 남은 과목들을 대하는 태도
이제 반 정도 끝냈다. 남은 과목들을 보면서 문득 드는 생각은 ‘학위가 나오면 정말 뭔가 달라질까’ 하는 것이다. 정보통신기술자로서 인정받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자격 요건을 갖추는 것뿐이라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답답함이 남아있다. 실무적인 능력은 개인 프로젝트나 독학으로 채워야 하고, 학점은행제는 그냥 종이 한 장을 얻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전히 매주 업데이트되는 강의실 접속 페이지를 클릭할 때마다 느껴지는 이 피로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졸업장을 손에 쥐게 되면 이 기분이 좀 나아질지, 아니면 또 다른 문제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다.

파이썬 프로젝트 때 컴파일 환경 때문에 며칠 밤샘하는 거 정말 공감돼요.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너무 좌절했었거든요.
파이썬 수업 내용과 실제 개발과의 괴리 때문에 답답한 마음이 느껴지네요. 특히, 이론 수업 위주라 실질적인 활용이 쉽지 않다는 점이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