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차 타는 게 지겹다는 아이의 말
한동안 아이가 학교 끝나고 학원 버스 기다리는 시간을 너무 힘들어했다. 동네에 있는 제이커브학원 같은 수학 전문 학원을 다녔는데, 수업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셔틀 시간 맞추기가 애매할 때가 많았다. 종로구 쪽까지 나가는 날이면 차 막히는 게 일상이고, 왕복 시간을 계산해보면 아이가 길 위에서 버리는 시간이 하루에 거의 한 시간 반이 넘더라. 결국 작년 말쯤 큰맘 먹고 그만두기로 했다. 아이가 집에서 편하게 공부하고 싶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기도 했고, 사실 나도 매달 나가는 학원비 40~50만 원이 가끔은 좀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었으니까.
시작은 좋았던 집에서의 자기주도학습
학원을 그만두고 나니 일단은 평화로웠다. 집에서 엠베스트 같은 중학생 인강을 몇 개 골라서 결제해줬는데, 한 달 정도는 정말 자기주도학습이 되는 것처럼 보였다. 아이가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도 늘었고, 학원 셔틀 타러 뛰어다니지 않아도 되니까 표정도 한결 밝아졌다. 처음엔 굳이 왜 그동안 학원을 고집했나 싶을 정도였다. 가격대도 학원비의 3분의 1 수준이니 가계 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내심 뿌듯했다. 그런데 시간이 좀 지나니까 이게 생각처럼 딱딱 굴러가질 않더라.
갑자기 늘어난 빈둥거리는 시간
어느 날부터인가 아이가 인강을 틀어놓고 딴짓을 하기 시작했다. 태블릿으로 강의를 듣는 건지, 아니면 유튜브를 보는 건지 내가 계속 확인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었다. 예전에는 학원에 보내놓으면 적어도 그 시간에는 강제적으로라도 문제를 풀었는데, 이제는 옆에서 지켜보지 않으면 진도가 멈춰 있다. 2학기 대비를 위해서 특강을 좀 들어보라고 해도 차일피일 미루는 게 다반사다. 결국 내가 퇴근하고 돌아오면 아이랑 실랑이하는 게 하루 일과의 끝이 되었다. 학원 차 기다리는 게 힘들다고 했던 아이가, 이제는 혼자 공부하는 걸 더 힘들어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된 거다.
학원과 인강 사이에서 겪는 딜레마
온라인 과외 플랫폼도 기웃거려 봤다. 선생님이 화면 너머로 관리해주면 좀 낫지 않을까 해서 찾아봤는데, 이것도 결국 매달 나가는 비용이 학원비랑 크게 차이가 없더라. 그러다 보니 애초에 내가 학원을 왜 끊었나 싶은 생각이 자주 든다. 다시 학원을 알아봐야 하나 싶다가도, 또 아이가 셔틀 타기 싫다고 투정 부릴 걸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 그렇다고 인강을 계속 시키자니 관리가 안 돼서 성적이 떨어질까 봐 불안하고. 주변 엄마들한테 물어보면 다들 여름방학 특강이다 뭐다 해서 벌써부터 빽빽하게 스케줄을 짜놨던데, 우리 집만 이렇게 제자리걸음인 것 같아 마음이 영 불편하다.
아직은 결론이 나지 않은 숙제
결국 공부는 아이가 하는 거라는 말을 머리로는 알겠는데, 막상 현실에서는 그게 참 어렵다. 내일 당장 다시 종합학원 상담이라도 받아야 할지, 아니면 조금 더 지켜봐야 할지 결정을 못 내렸다. 어제는 아이랑 한바탕 하고 나서 나도 지쳐서 그냥 거실에 앉아만 있었다. 학원 시스템이 싫어서 나왔는데 다시 그 시스템이 그리워지는 이 상황이 웃기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다. 공부방을 따로 알아볼지, 그냥 지금처럼 인강으로 버텨볼지 모르겠다. 일단은 2학기 중간고사 성적표가 나올 때까지만 기다려보기로 했는데, 이게 정말 맞는 선택인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처음에는 엠베스트로 바꾸는 게 정말 좋은 선택이었는데, 아이가 자율적인 학습 습관을 들이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던 것 같아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아이가 학원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모습이 정말 안타깝게 느껴졌어요. 특히 셔틀 시간 때문에 하루에 반나절이나 버리는 게 마음이 아파요.
인강으로 바꾸면서 아이가 유튜브에 더 많이 빠지는 것 같아 보이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 점이 특히 신경 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