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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자격증이라도 따야 하나 싶어서 뒤적거린 밤

밤늦게 시작한 아무 의미 없는 검색

어젯밤에 갑자기 마음이 좀 이상했다. 딱히 큰일이 있었던 건 아닌데, 왜 그런 날 있지 않나. 누워 있다가 갑자기 내 미래가 좀 막막하게 느껴지는 그런 밤. 예전에는 그냥 게임 좀 하다가 잤을 텐데, 어제는 핸드폰을 켜고 ‘고졸 자격증 추천’ 같은 걸 검색하고 있었다. 사실 내가 고졸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뭔가 손에 잡히는 자격증 하나라도 있으면 마음이 좀 편해질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사이트 몇 개를 들어갔는데, ‘한국능력개발진흥원’이니 ‘한국직업진흥원’이니 하는 이름들이 끝도 없이 나오더라. 솔직히 이름들이 다 비슷비슷해서 어디가 어디인지도 모르겠다. 그냥 다 무료로 강의를 들을 수 있고 자격증 발급비만 내면 된다는 식인데, 이게 정말 가치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도무지 감이 안 잡혔다.

자격증 이름만 봐도 머리가 아프다

리스트를 훑어보니 커피 바리스타, 심리상담사, 무슨 안전관리사 같은 것들이 쏟아진다. 종류만 해도 수십 가지다. 내가 커피를 잘 마시는 것도 아니고, 사람 상담을 해줄 성격도 아닌데 이런 걸 따서 어디에 쓰나 싶기도 하고. 그런데 또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40대 자격증 추천’이나 ’50대 자격증’ 같은 문구가 눈에 띈다. 나보다 나이 많은 분들도 이렇게 열심히 뭔가를 찾아보고 있구나 싶어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한국진흥교육원 같은 곳에서 내놓은 강의들을 슬쩍 보는데, 100% 온라인 수업이라 집에서 그냥 틀어놓기만 하면 될 것 같았다. 근데 그렇게 해서 받은 자격증이 정말 취업에 도움이 되기는 할까? 회사 다니면서 점심시간에 틈틈이 볼 수 있을 정도인가 싶다가도, 막상 강의 제목들을 보니 너무 생소해서 금방 창을 닫게 된다.

비용과 시간 사이에서 망설이는 이유

보통 수강료는 무료라고 써놨는데, 자격증 발급할 때 8만 원에서 10만 원 정도 내라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 10만 원이면 치킨이 몇 마리인가. 이 돈을 내고 종이 한 장을 받는 게 나은지, 아니면 그냥 그 돈으로 맛있는 걸 사 먹고 잊어버리는 게 나은지 30분 정도 고민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 당장 어디 제출할 곳도 없는데 말이다. 예전에 학점은행제로 뭐 해보려고 했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승강기기사 자격증 하나 따려고 몇 달을 고생했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런 건 진짜 기술직이라서 인정이라도 받지, 내가 지금 보려는 이런 민간 자격증들은 그냥 이력서 한 줄 채우기용도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러면서도 완전히 포기는 안 되어서 계속 새로고침을 하고 있는 내 자신이 좀 우습기도 했다.

현장의 기술을 배우는 건 또 다른 영역

뉴스에서 보면 요즘 2030 세대들이 사무직보다는 산업안전이나 가스 같은 쪽으로 눈을 돌린다고 한다. 그런 건 정말 전문 기술이니까 나중에 나이가 들어도 써먹을 수 있겠지. 근데 나는 당장 그런 학원을 등록할 용기는 없다. 물리적으로 시간도 부족하고, 매일 9시부터 6시까지 일하고 나면 몸이 천근만근이라 주말에 교육장까지 찾아갈 엄두가 안 난다. 한국직업능력 관련 사이트에서 본 자격증들이랑은 무게감이 완전히 다른 것 같다. 막상 진지하게 인생을 걸고 자격증을 따려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가벼운 자격증들이 좀 우스워 보일 수도 있겠지 싶어 괜히 민망해진다.

끝내 결론은 나지 않은 채로

새벽 2시가 넘어가니 눈이 침침해진다. 결국 아무것도 결제하지 않았다. 그냥 ‘나중에 시간 되면 한번 봐보자’ 하는 마음으로 브라우저 탭만 10개쯤 띄워놓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이게 정말 도움이 될지, 아니면 그냥 내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얄팍한 수단일 뿐일지는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내일 아침이 되면 또 잊어버리고 평소처럼 일하러 가겠지. 어쩌면 자격증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그냥 무언가에 열중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근데 그 대상이 자격증이라니, 참 씁쓸하고도 허탈한 고민이다. 나중에 정말 필요해지는 순간이 오면 그때 다시 찾아봐야지, 하고 생각했지만 아마 내일 퇴근길엔 오늘 본 자격증 이름들도 다 까먹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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