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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촬영하러 스튜디오 빌렸다가 조명 세팅만 한 시간째

낯선 스튜디오의 낯선 조명들

며칠 전 갑자기 자격증 강의를 좀 찍어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대충 스마트폰으로 찍어볼까 하다가도, 나중에 다시 보는데 화질이나 음향이 신경 쓰일 것 같아서 그냥 돈을 좀 쓰더라도 제대로 된 곳을 빌려보자고 마음먹었다. 가산 쪽에 있는 스튜디오 몇 군데를 찾아보니 시간당 3만 원에서 5만 원 정도면 충분히 괜찮은 장비를 쓸 수 있더라. 웨딩 촬영용 스튜디오처럼 화려한 곳은 아니어도 깔끔한 화이트 톤의 공간이면 충분할 것 같아 무작정 예약을 했다.

막상 도착해서 문을 열고 들어가니 생각보다 훨씬 휑했다. 거창한 장비들이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덩그러니 놓인 조명 세 개와 마이크 하나가 전부였다. 스튜디오 사장님은 친절하게 스위치 위치를 알려주고는 쿨하게 퇴장하셨다. 그때부터 문제였다. 조명을 어떻게 배치해야 얼굴에 그림자가 안 생기는지 도무지 감이 안 오는 거다. 며칠 전 유튜브에서 본 영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지만, 막상 삼각대 높이를 조절하고 조명을 켰다 껐다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덧 한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분명히 강의만 찍고 나오려고 했는데 촬영 시작 버튼도 누르기 전에 진이 다 빠져버렸다.

마이크 설정과 잡음의 굴레

조명은 어떻게 대충 타협을 보고 이제 소리를 좀 잡아보려고 마이크를 연결했다. 요즘은 AI 스튜디오니 뭐니 해서 딥브레인 같은 곳에서 그냥 텍스트만 넣으면 알아서 영상이 나오는 시대라던데, 왜 나는 굳이 이 고생을 하고 있나 싶었다. 팟캐스트 녹음실처럼 방음이 완벽한 곳은 아니었는지 옆방에서 들리는 미세한 말소리도 신경 쓰였다. 마이크 볼륨 레벨을 맞추려고 노트북 앞에 앉아서 마이크 테스트를 스무 번쯤 한 것 같다. 내 목소리를 녹음해서 다시 듣는 그 민망함은 진짜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나중에 편집할 때 이 노이즈를 다 지울 수 있을지, 아니면 그냥 흐린 눈으로 넘어가야 할지 고민하면서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공공기관 교육처럼 깔끔하게 나오길 바랐지만

중랑양원미디어센터나 이런 곳에서 하는 공공 교육 영상을 보면 참 깔끔하게 잘 만들던데, 역시 전문 인력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크다. 촬영 장비를 만지다가 결국 마이크 거치대를 쓰러뜨려 바닥에 ‘쾅’ 소리가 났을 때, 아, 그냥 돈 조금 더 주고 편집까지 해주는 곳을 갈 걸 그랬나 싶었다. 아니면 아예 AI 영상 합성 플랫폼을 써서 얼굴만 빌려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하면 촬영 시간도 필요 없고, 조명 배치 때문에 끙끙 앓을 일도 없을 테니까. 물론 그렇게 하면 내 목소리가 아니라 기계적인 보이스가 들어가는 게 찜찜하긴 하지만, 시간과 비용을 따져보면 그게 더 효율적인지도 모르겠다.

찍다 보니 꼬이는 대본의 늪

막상 녹화를 시작하니 대본을 읽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혼자 있으니까 더 어색하다. 앞에서 누가 봐주는 것도 아닌데 입이 자꾸 꼬인다. 한 5분 정도 되는 강의 내용을 찍는데 대여 시간 3시간이 거의 다 지나가고 있었다. 사실 처음에 생각했던 수준의 영상은 이미 포기했다. 그냥 내용 전달만 확실히 하면 되지, 화면 색감이 좀 노랗게 나오거나 그림자가 지는 건 편집에서 어떻게든 해보자는 생각으로 마무리를 서둘렀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에서 오늘 찍은 영상을 대충 확인해봤는데, 역시나 조명 세팅이 실패했는지 한쪽 얼굴만 유난히 밝다.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연습이라도 좀 해볼 걸 그랬다. 다음에 다시 스튜디오를 빌리게 된다면, 그때는 조명 배치법이라도 제대로 검색해보고 가야겠다. 아니, 어쩌면 그냥 집에서 스마트폰으로 찍는 게 마음 편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고민이 매번 반복되는 걸 보면 인간은 참 미련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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