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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배움카드 신청하다가 홧김에 창 닫은 이야기

사이트 들어가자마자 쏟아지는 자격증 목록들

며칠 전부터 자꾸 머릿속을 맴도는 게 있었다. 나이가 한 살씩 더 먹어가니까 뭐라도 하나 손에 쥐고 있어야 할 것 같은 불안감 같은 거 말이다. 그래서 퇴근하고 컴퓨터를 켰다. 흔히들 말하는 한국진흥원 같은 민간자격증 사이트들을 좀 둘러봤는데, 종류가 정말 어마어마하더라. 심리상담사부터 커피 바리스타, 반려동물 관리사까지. 눌러보는 것마다 다 무료 수강이 가능하다길래 처음엔 혹했다. 근데 막상 강의 목록을 훑어보니까 이게 과연 나중에 어디에 써먹을 수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시간 때우기용 종이 한 장을 따는 건지 구분이 안 가더라. 오히려 너무 많은 선택지가 있으니까 더 막막해졌다. 공인중개사처럼 딱 이름만 대면 알만한 전문직종류가 아니면 솔직히 이력서에 한 줄 넣는 것도 민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내일배움카드 신청 과정의 예상치 못한 장벽

결국 민간자격증은 좀 아닌 것 같아서 내일배움카드로 눈을 돌렸다. 이게 국가에서 교육비를 지원해 준다니까 좀 더 체계적이지 않을까 싶어서. 고용노동부 사이트 들어가서 본인인증부터 했는데, 여기서부터 벌써 지치기 시작했다. 무슨 동의하고 깔아야 할 보안 프로그램은 그렇게 많은지. 겨우 로그인해서 신청 자격을 확인해보니 나 같은 직장인도 300만 원 미만 어쩌고 하는 조건이 붙어있었다. 재직 중이어도 지원이 된다고 해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막상 카드를 발급받고 교육 과정을 찾으려니 내가 원하는 시간대에 맞춰서 수업을 듣는 게 하늘의 별 따기였다. 주말반은 이미 대기 인원이 꽉 차 있고, 평일 저녁 수업은 퇴근하고 달려가면 이미 늦을 것 같고. 시작도 전에 진이 다 빠지는 기분이었다.

엑셀 자격증 공부하다가 드는 현실적인 의문

어찌어찌해서 ITQ 엑셀 강의를 좀 알아봤다. 업무 할 때 엑셀은 항상 쓰니까 차라리 이게 실용적이겠다 싶었다. 근데 막상 강의 예시들을 보니까 현장에서 쓰는 복잡한 데이터 정리랑은 또 결이 좀 다른 느낌이었다. 교재비는 또 왜 따로 결제해야 하는지. 강의료는 카드로 지원받는데 교재는 내 돈 내고 사야 한다는 사실이 왠지 모르게 억울하게 느껴졌다. 책값이 한 2만 원에서 3만 원 사이였는데, 이 돈이면 그냥 서점에서 내가 필요한 엑셀 실무 책을 사서 집에서 유튜브 보고 독학하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수강 신청 버튼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그냥 창을 닫아버렸다.

문경대 사회복지과나 50플러스재단 같은 곳은 어떨까

중년이 되어서 뭘 새로 시작하려는 게 참 쉽지 않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나 학점은행제 같은 거 알아보면서도 ‘내가 이걸 끝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계속 따라다닌다. 자활센터나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쪽 정보도 찾아봤는데, 대부분은 젊은 사람들 취업 지원에 맞춰져 있는 것 같아 묘하게 소외감이 들기도 한다. 어떤 기사에서 군대 시절부터 자격증을 땄다는 분 이야기를 봤는데, 그분은 정말 대단한 거다. 나는 퇴근하면 그냥 눕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그 와중에 시간을 쪼개서 공부한다는 게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냥 자격증 없이 사는 게 나은가 싶은 마음

오늘도 또 고민만 하다가 하루가 다 갔다. 자격증 하나 딴다고 당장 내 인생이 획기적으로 바뀌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사실 지금 회사 다니면서 업무적으로 필요한 거 배우는 것만으로도 벅차긴 하다. 가끔 주변 친구들이 공인중개사 1차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괜히 마음이 급해지는데, 정작 내가 하고 싶은 건 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냥 억지로 자격증 시험장에 앉아있는 내 모습이 상상이 안 된다. 당분간은 내일배움카드 생각은 접어두고, 그냥 지금 당장 눈앞에 있는 업무나 좀 더 꼼꼼하게 처리하면서 지내야 할 것 같다. 이게 도피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그게 제일 편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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