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책상 앞에 앉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이야
지하철 타고 오면서 스마트폰으로 이것저것 검색하다가 광고 하나에 꽂혔다. ‘뜨는 직업’, ‘경단녀도 쉽게 취득’ 같은 문구들이 왜 그날따라 눈에 박혔는지 모르겠다. 사실 회사 일이 지루해지기도 했고, 이대로 있다가는 정말 도태될 것 같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컸다. 대구 쪽 취업 사이트나 커뮤니티를 보다가 덜컥 결제했다. 이름은 뭐였더라, 한국직업능력 연구원 어쩌고 등록되어 있다는 민간 자격증 과정이었다. 수강료는 대략 30만 원 정도였는데, 당시에는 내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해서 큰 고민 없이 카드를 긁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돈이면 차라리 맛있는 걸 더 사 먹었을 텐데 싶기도 하고.
강의를 틀어놓기만 하면 공부가 될 거라 믿었다
처음 일주일은 정말 의욕이 넘쳤다. 퇴근하면 바로 노트북을 켜고 강의를 틀었다. 그런데 이게 문제였다. 강사님 목소리가 나긋나긋해서 그런지 10분만 지나면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50대 자격증 추천 리스트에 항상 빠지지 않는 과정이라길래 무작정 시작했는데, 막상 공부를 해보니 실무랑은 거리가 먼 이론들만 나열되어 있었다. 60강짜리 강의였는데, 10강까지는 어찌어찌 버텼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내용이 비슷비슷해지고, 도대체 이걸 어디에 써먹어야 할지 감이 안 잡혔다. 고교위탁교육용으로 나온 건지, 아니면 그냥 자격증 개수 늘리기용인 건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주말을 반납해도 진도는 제자리걸음
결국 평일에는 피곤하다는 핑계로 미루다가 주말에 몰아서 듣기로 했다. 카페에 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시켜놓고 태블릿을 꺼냈는데, 옆 테이블에서 들리는 수다 소리에 집중이 하나도 안 됐다. 3시간을 앉아 있었는데 3강도 제대로 못 들었다. 사실 강의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내가 이 공부를 왜 하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게 제일 컸던 것 같다. 그냥 남들이 다 하니까,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으니까 시작했던 게 화근이었다. 같이 일하는 동료가 요즘 무슨 자격증 따냐고 물었을 때, 딱히 대답할 말이 없어서 그냥 얼버무렸던 기억이 난다.
민간자격증, 과연 취업에 도움이 되긴 할까
중간에 시험을 봤는데, 기출문제랑 똑같이 나오는 수준이라 합격은 했다. 합격증을 출력해서 벽에 붙여놨는데, 며칠 지나니까 그냥 종이 쪼가리처럼 보였다. 이게 정말 내 커리어에 도움이 될까? 주변에서는 다들 공기업 준비하거나 기술 자격증을 따야 한다고 하는데, 나는 집에서 뒹굴거리며 딴 이 민간 자격증으로 뭘 할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하다. 이 자격증 하나 있다고 연봉이 오르는 것도 아니고, 당장 취업 시장에서 환영받는 것도 아니라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물론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싶다가도, 쓴 돈과 시간을 생각하면 가끔 속이 쓰리다.
일단 가지고는 있는데 마음 한구석이 찝찝하다
지금은 그냥 서랍 한구석에 자격증을 넣어두고 잊어버리려고 노력 중이다. 가끔 이력서에 써야 할지 고민하지만, 막상 쓰려니 전문성이 부족해 보여서 다시 지우곤 한다. 다른 사람들은 벌써 실무 관련 자격증을 몇 개씩 따서 경력을 쌓고 있다는데, 나만 제자리걸음인 것 같아 마음이 영 편치 않다. 그렇다고 이걸 취소하거나 환불받을 수도 없으니 그냥 내 경험의 일부분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나중에 언젠가 이 자격증이 쓸모가 있을 날이 올까? 아니면 그냥 30만 원짜리 인생 공부를 한 셈 치고 넘겨야 하는 걸까. 아직도 잘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