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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웩슬러 검사를 받으러 다녀온 기록

검사 예약을 잡기까지의 막막함

작년부터였나, 특별한 이유 없이 자꾸 몸이 아팠다. 소화가 안 되거나 갑자기 숨이 가빠지는 증상이 반복됐는데, 내과에 가도 검사 결과는 늘 정상이었다. 의사 선생님은 스트레스성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게 소위 말하는 ‘신체화 증상’이라는 걸 알게 된 건 한참 뒤였다. 정신과에 가볼까 고민했지만 왠지 모를 거부감이 들어서 차라리 내 상태를 객관적인 숫자로 확인해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산심리상담소를 몇 군데 검색해 보다가 웩슬러 지능 검사를 해주는 곳을 찾았다. 예약 전화만 세 번을 걸었다. 막상 하려니 덜컥 겁이 나서 망설였던 것 같다.

생각보다 비쌌던 비용과 시간

결국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예약을 잡았다. 검사 비용은 30만 원 초반대였다. 솔직히 적은 돈은 아니었다. ‘이 돈이면 맛있는 걸 몇 번이나 먹을 텐데’ 싶었지만, 마음이 복잡한 상태에서는 이게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검사 예약은 오전 10시였는데, 가는 길에 부산 지하철 안에서 괜히 심장이 두근거렸다. 도착해서 간단한 서류를 작성하고 들어간 상담실은 예상보다 훨씬 조용했다. 시계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려서 더 긴장했던 것 같다.

웩슬러 검사 그 두 시간의 기억

검사는 생각보다 길었다. 단순히 지능을 재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문항을 풀고 도형을 맞추고 수열을 외우는 과정을 반복했다. 중간에 ‘이걸 내가 왜 하고 있지’ 하는 현타가 오기도 했다. 특히 숫자를 뒤에서부터 거꾸로 말하는 구간에서는 머리가 하얘져서 식은땀이 났다. 상담사분은 무미건조한 말투로 다음 문제를 던졌다. 2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나오면서 보니까 밖은 이미 해가 쨍쨍한 오후였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진이 다 빠지는 기분이었다.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2주

검사 결과를 들으러 가기까지 약 2주 정도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에는 ‘내가 혹시 뭐가 모자란 건 아닐까’ 혹은 ‘너무 이상하게 대답했나’ 하는 엉뚱한 걱정들이 꼬리를 물었다. 창원에 있는 친구한테 물어보니 창원심리상담센터는 예약이 더 밀려있다고 하던데, 그나마 부산이라 다행이었나 싶기도 하고. 기다리는 동안 인터넷심리상담 같은 걸 찾아보기도 했지만, 이미 검사를 받은 상태라 딱히 큰 도움은 안 됐다.

결국 해결된 게 있을까

결과 상담 날, 검사지를 보니 내 인지 능력은 지극히 평범했다. 다만 스트레스 지수가 상당히 높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상담사분은 신체화 증상이 마음이 내는 비명 같다고 했다. 뭔가 명쾌한 해답을 들을 줄 알았는데, 사실 듣고 나니 허탈했다. 다 알고 있던 사실을 확인받은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신기한 건, 내 상태를 활자로 확인하고 나니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는 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바로 몸이 안 아픈 건 아니다. 가끔은 여전히 소화가 안 되고 답답하다. 그래도 무작정 아픈 것보다는, 이게 심리적인 이유일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게 조금은 덜 무섭다. 이게 정말 정답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상담료를 내고 확인한 내 마음이, 앞으로 얼마나 더 나아질지 확신이 서지 않는 채로 여전히 일상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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