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집에 오면 매일 똑같은 굴레였다. 회사에서는 눈치 보느라 바쁘고, 집에 오면 내일이 오는 게 무서워서 핸드폰만 붙잡고 있다가 잠드는 일상. 그러다 문득 40대가 코앞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뭐라도 좀 해놔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불안함이 훅 치고 들어왔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기가 막히게 내 심리를 파고들었는지, 어느 날부터인가 자꾸 AI 데이터 라벨링 관련 영상들을 띄워주더라. 처음에는 그냥 흘려들었다. 집에서 편하게 부업으로 몇십만 원은 우습게 번다거나, 국가에서 교육비를 지원해 준다는 썸네일들이 꽤 자극적이긴 했다.
국비지원이라는 이름의 달콤한 유혹
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한국능력개발진흥원이나 교육지원센터라고 적힌 곳들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홈페이지 디자인들이 어딘가 비슷비슷해서 헷갈렸는데, 알고 보니 다 비슷한 구조였다. 국비지원이 된다니까 내 돈 나가는 게 별로 없겠다는 생각에 덜컥 회원가입부터 했다. 막상 수강 신청을 하려니 생각보다 과정이 복잡하더라. 내일배움카드가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하고, 신청하고 승인 나기까지 기다리는 시간도 꽤 걸렸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이걸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보다는, 일단 뭐라도 시작했다는 사실에 묘한 안도감을 느꼈던 것 같다. 그게 문제였을지도 모르겠다.
노트북 앞에서 보낸 지루한 오후들
막상 강의가 시작되니 분위기가 달랐다. 30시간이 넘는 교육 과정을 들으면서 졸음을 참느라 꽤 고생했다. 네모난 박스를 치고, 사물을 인식시키는 단순 반복 작업이 주를 이루는데, 이게 처음에는 신기하다가도 두 시간쯤 지나면 멍해진다. 눈은 침침해지고 어깨는 뻐근해지는데, 정작 강의에서 말하는 고수익의 길은 멀게만 느껴졌다. 가끔 화면이 멈추거나 로그인이 튕기는 오류라도 나면 짜증이 확 치밀어 올랐다. 이런 게 진짜 돈이 될까 싶으면서도, 이미 강의를 듣기 시작했으니 끝까지 안 하면 손해라는 심리 때문에 꾸역꾸역 이수했다.
40대의 현실적인 선택지인가
교육을 마치고 나니 자격증 시험을 보라고 안내가 왔다. 대단한 국가공인 민간자격증인 것처럼 홍보하길래 조금 기대했는데, 막상 따고 나서 보니 현장은 또 다르더라. 어떤 플랫폼은 이미 사람이 넘쳐나서 프로젝트를 따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대기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두고 몇 주째 소식이 없는 경우도 있었고, 아주 낮은 단가의 작업만 올라오는 날에는 이게 밥벌이가 될 수 있나 하는 회의감이 크게 들었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지인은 그냥 운전면허 갱신하는 수준의 자격증 공부라고 생각하라며 위로했는데, 그 말을 들으니 더 허무해졌다.
기대와는 다른 결과물
결국 몇 번 작업을 해봤는데 수익은 생각보다 소소했다. 몇 시간 동안 눈이 빠져라 클릭해서 커피 몇 잔 값 정도를 버는 게 고작이었다. 물론 전업으로 하는 분들은 다르겠지만, 퇴근하고 남은 에너지를 다 쏟아붓기에는 가성비가 너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이걸 그만두자니 또 다른 걸 찾아 헤매야 한다는 사실이 귀찮다. 당분간은 그냥 계정만 살려두고 프로젝트 알람이 오는지 가끔 확인만 하고 있다. 뭔가 엄청난 기술을 배운 줄 알았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냥 디지털 단순 노동의 연장이었나 싶기도 하다.
아직은 미묘한 마음
주변에서는 그래도 뭐라도 하니까 대단하다고 말하는데, 사실 나는 잘 모르겠다. 그냥 퇴근길에 핸드폰 보던 시간을 조금 줄이고 노트북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늘어난 정도다. 이게 진짜 내 인생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선택이었는지, 아니면 그냥 내 불안함을 잠재우기 위해 쓴 비용이었는지 지금도 헷갈린다. 다음 달에도 프로젝트가 없으면 그냥 조용히 손을 뗄 생각이다. 아까운 시간만 버린 건지 아니면 그래도 한 번 경험해 본 게 다행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냥 어제보다는 조금 더 지친 상태로 잠이 든다.

처음에는 뭔가 신기하다고 하셨는데, 실제로 오래 하면 오히려 지루하고 반복적인 느낌이 강하더라구요.
데이터 라벨링 영상 보면서 유튜브 추천이 훅 들어오는 거, 저도 비슷한 경험 있어요. 저도 처음엔 잠깐 해보자 하고 시작했는데, 시간 엄청 날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