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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까지 가서 필기시험 때문에 밤을 새울 줄은 몰랐다

올림픽공원 잠수풀에서 시작된 뜻밖의 호흡 곤란과 막막함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을 따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만 해도 그냥 물놀이의 연장선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다. 하지만 첫 단계인 서울 올림픽공원 잠수풀에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일반 수영장과는 차원이 다른 5미터 깊이의 물속을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알 수 없는 압박감이 밀려왔다. 강사가 챙겨준 렌탈 장비들은 생각보다 무거웠고, 슈트를 입는 것조차 온몸에 땀을 쥐게 만드는 노동이었다. 물속에서 호흡기로 숨을 쉬는 첫 경험은 꽤나 불쾌했다. 입으로만 숨을 쉬어야 한다는 규칙이 뇌에 잘 입력되지 않아 자꾸 코로 물을 들이마시게 되었고,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 때마다 목이 타들어 가는 느낌이 들었다. 강원도 양양 앞바다에서 하는 실습 코스도 있었지만, 거기는 물이 너무 차갑고 시야가 안 나온다는 말에 무조건 필리핀 세부로 가기로 결정했었다. 하지만 잠수풀에서 허우적대고 나니 세부고 뭐고 다 취소하고 싶다는 생각만 간절해졌다. 풀장 입장료와 장비 대여료로 이미 10만 원 가까이 쓴 상태라 억지로 몸을 움직였던 기억이 난다.

다이빙 매뉴얼을 펼쳤을 때 마주한 생소한 물리 공식의 압박

실습 전에 미리 이론 공부를 해두어야 한다는 강사의 말에 건네받은 교재는 두께부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대충 넘겨보니 감압병이니 질소 마취니 하는 무시무시한 단어들이 가득했고, 심지어 보일의 법칙 같은 물리 공식까지 등장했다. 그냥 물속에서 예쁜 물고기를 보며 유유히 헤엄치는 취미인 줄 알았는데, 산소통의 압력 변화와 수심에 따른 공기 소모량을 계산하는 문제를 풀어야 했다. 특히 레크리에이션 다이브 플래너(RDP) 테이블을 보고 수심과 다이빙 시간에 따른 잔류 질소량을 계산하는 부분에서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해양실습을 다 마쳐도 자격증이 나오지 않는다는 경고에 억지로 책상 앞에 앉아 문제를 풀었다. 오랜만에 시험공부를 하려니 집중도 안 되고, 수중 생리학 부분을 읽다 보니 내가 왜 내 돈을 내고 이런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지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필리핀 세부 막탄 현지에서 겪은 피로와 수면 부족의 나날들

결국 완벽하게 이론을 끝내지 못한 채 필리핀 세부 막탄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현지 다이빙 샵에 등록한 오픈워터 코스 비용은 대략 55만 원 선이었다. 비행기 표값과 숙소 비용까지 합치면 꽤 큰돈이 깨진 셈이다. 비행기가 연착되어 새벽 3시가 넘어서야 막탄의 리조트에 도착했는데, 몇 시간 자지도 못하고 아침 8시부터 일정이 시작되었다. 남들은 세부에 오면 망고를 먹고 마사지를 받으며 쉰다는데,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장비를 조립하고 해변에서 마스크 물 빼기 연습을 반복해야 했다. 바닷물은 생각보다 훨씬 짜서 눈과 코가 매웠고, 강사는 파도가 칠 때마다 대열을 맞추라고 소리를 질렀다. 일정이 끝나고 방으로 돌아오면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팠지만, 다음 날 있을 필기시험 때문에 침대에 엎드려 밤늦게까지 매뉴얼을 다시 들춰봐야 했다. 피곤해서 눈이 자꾸 감기는 와중에도 틀린 문제를 체크하느라 새벽 2시가 넘어서야 겨우 잠들 수 있었다.

힐룽뚱안 해양국립공원 바다 밑에서 느낀 공포와 현실

해양실습 둘째 날에는 방카를 타고 힐룽뚱안 해양국립공원으로 이동했다. 날씨는 맑았고 바다색은 그림 같았지만, 배 위에서 장비를 착용하는 동안 멀미가 올라와 속이 메스꺼웠다. 바다에 입수해 수심 10미터 아래로 내려가는데 귀가 찢어질 듯이 아팠다. 이퀄라이징을 아무리 해도 한쪽 귀가 뚫리지 않아 혼자 쩔쩔맸다. 겨우 바닥에 도달해 40분 내외의 다이빙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내 시선은 예쁜 산호초가 아니라 강사의 수신호와 내 잔압계에만 고정되어 있었다. 물속에서 마스크를 완전히 벗었다가 다시 쓰고 물을 빼는 스킬을 평가받을 때는 진심으로 패닉이 올 뻔했다. 코로 바닷물이 왈칵 들어오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며 위로 상승하고 싶은 본능이 솟구쳤지만, 강사가 내 어깨를 꾹 누르고 있는 덕분에 겨우 진정할 수 있었다. 힐룽뚱안의 맑은 시야 속에서 물고기 떼가 지나가는 것이 언뜻 보였지만, 그걸 즐길 만한 정신적 여유는 1도 없었다.

채점판의 빨간 비와 함께 끝난 필기시험의 찝찝한 결과

해양실습을 모두 마치고 지친 몸을 이끌고 리조트 식당 한구석에서 필기시험을 치렀다. 객관식 50문제였는데, 피곤한 상태에서 지문을 읽으니 글자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헷갈리는 감압 이론 문제를 풀 때는 그냥 대충 찍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시험지를 제출하고 강사가 빨간 볼펜으로 채점을 시작할 때의 긴장감은 학창 시절 성적표를 받을 때보다 더 끔찍했다. 결과는 합격 기준을 아슬아슬하게 넘긴 80점대 중반이었다. 틀린 문제들을 강사가 다시 설명해 주는데, 머리가 이미 과부하 상태라 무슨 말인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비행기 상승 금지 시간 규칙이나 질소 배출을 위한 안전 감압 정지 같은 중요한 개념들을 대충 얼버무리듯 넘어가며 자격증 발급 절차를 밟았다. 합격했다는 안도감보다는 과연 내가 이 지식만으로 다음번에 혼자 바다에 들어갔을 때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먼저 들었다.

플라스틱 카드 한 장을 쥐고 돌아온 서울에서의 묘한 기분

한국으로 돌아온 지 일주일쯤 지나자 우편함으로 PADI 오픈워터 자격증 카드가 배달되었다. 파란 바다 배경에 내 이름이 인쇄된 작은 플라스틱 카드를 손에 쥐었지만, 성취감 같은 거창한 기분은 들지 않았다. 세부에서 보낸 3박 4일 동안 내가 본 것은 아름다운 열대 바다라기보다는 숨 막히는 수중 훈련과 밤늦은 시험 공부의 기억뿐이었다. 내 지갑 속에는 이제 다이버라는 자격증이 들어있지만, 여전히 깊은 물속에 들어가는 상상을 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동호회 사람들은 이제 펀 다이빙을 다니며 어드밴스드 자격증까지 따야 진짜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말하지만, 굳이 그 돈과 시간을 들여 또다시 그런 긴장과 피로를 사서 해야 할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다음 휴가 때는 그냥 해변 선베드에 누워 칵테일이나 마시는 것이 훨씬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가슴 한구석에 맴돈다.

“세부까지 가서 필기시험 때문에 밤을 새울 줄은 몰랐다”에 대한 4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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