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 사이트를 뒤적거리던 날의 기록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남편도 출근하고 나면 집안일도 대충 끝내고 멍하니 앉아있는 시간이 생긴다. 처음에는 그냥 드라마를 보거나 유튜브를 켰는데, 어느 날 문득 이게 무슨 의미인가 싶어졌다. 넷플릭스만 돌려보는 게 지루해질 때쯤 덜컥 겁이 났다. 나중에 애들 다 크고 나면 나는 뭘 하고 살지,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으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함이 불쑥 찾아온 것이다. 그래서 괜히 검색창에 ‘주부 자격증 추천’ 같은 걸 쳐봤다. 사실 거창한 걸 하려는 건 아니었고 그냥 뭐라도 시작하고 싶었다. 한국교육진흥원 같은 곳에서 무료 강의를 지원한다는 글을 보고 혹해서 들어갔다가 정말 생각보다 많은 종류에 놀랐던 기억이 난다.
심리상담사인지 뭔지 일단 결제부터
들어가 보니 무료로 수강할 수 있는 과정이 정말 많았다. 심리상담사, 방과후 지도사, 안전교육 지도사 뭐 이런 것들이 줄줄이 있었다. 처음에는 무슨 심리상담사를 따면 당장 어디서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강의 목록을 보니 생각보다 공부할 양이 방대했다. 8만 원인가 9만 원 정도 하던 강의를 무료로 열어준다고 해서 덥석 신청했는데, 이게 정작 시험 응시료는 별도라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다. 사실 당연한 거였는데 왜 공짜라고만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시험 보는 데 6만 원 정도가 들어간다고 되어 있었나. 그 돈이 아깝지는 않았지만, 강의를 다 듣고 나면 정말 이게 내 노후 대비가 될까 하는 의구심이 강의를 틀어놓은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강의 창을 켜놓고 설거지하기
솔직히 고백하자면 진지하게 강의를 다 챙겨본 건 아니었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집중해서 듣는 게 쉽지 않았다. 화면에서는 강사님이 열심히 설명을 하시는데 내 귀에는 거의 들리지 않는 느낌이랄까. 결국 노트북을 식탁에 두고 설거지하거나 빨래를 개면서 소리만 듣는 날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진도는 빨리 나가는데 남는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아 다시 뒤로 가기를 누르기를 반복했다. 이런 식의 공부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어 창을 닫아버린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도 출석률 채워야 한다고 억지로 틀어놓은 시간들이 꽤 길었다.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인가 싶으면서도, 일단 시작했으니 끝은 봐야 한다는 이상한 오기가 생겼다.
예상치 못한 시험 준비의 압박
강의만 다 들으면 자격증이 그냥 나오는 줄 알았는데, 시험 날짜가 다가오니까 갑자기 긴장이 됐다. 문제를 몇 개 풀어보는데, 이게 단순히 상식 수준이 아니었다. 법적인 용어도 나오고 실제 사례를 분석해야 하는 문제도 있었다. 겨우 한 번 읽고 통과할 수준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새벽에 아이들 몰래 혼자 거실에 나와서 요약본을 읽는데, 내가 왜 이 고생을 하고 있나 싶어 한숨이 나왔다. 그냥 남들처럼 문화센터나 다닐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들고. 경단녀라는 단어를 검색하면서 느꼈던 그 막연한 불안감이 공부를 하면 할수록 더 커지는 기분이었다. 공부한다고 해서 누가 당장 나를 불러줄 것도 아닌데 말이다.
결과가 나와도 마음이 복잡한 이유
결국 시험은 합격했다. 자격증 발급 신청을 하고 며칠 뒤에 우편으로 종이 한 장이 날아왔는데, 그걸 손에 쥐고 한참을 쳐다봤다. 이게 내 미래를 보장해줄까? 이 종이 한 장이 내 노후를 바꿀 수 있을까? 여전히 잘 모르겠다. 그냥 책장에 고이 꽂아두고 가끔 쳐다보는 게 다일 것 같다. 물론 따지 않은 것보다는 나을 거라는 위안을 삼지만, 막상 자격증을 손에 넣고 나니 이게 해결책이라기보다는 그저 잠시 불안함을 덮어두는 임시방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에는 또 뭘 해야 하나, 아니면 이 자격증을 어떻게 써먹어야 하나 하는 고민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누가 시켜서 한 것도 아니고 내가 좋아서 시작한 건데, 왜 이렇게 찝찝한 마음이 남는 건지 모르겠다.

무료 강의 신청하면서 시험 응시료 때문에 조금 당황했던 것 같아요. 저도 처음 자격증 준비할 때 예상치 못한 비용 때문에 고민했던 기억이 나네요.
요약본 읽으면서 나도 비슷한 심적으로 돌아갔던 기억이 나네요. 남들처럼 시간 관리도 잘 안되고, 뭔가 시작해야겠다는 욕심도 부쩍 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