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불안감
매일 똑같이 굴러가는 사무실 의자에 앉아 있다 보면 가끔 숨이 턱 막힐 때가 있다. 다들 비슷하게 살겠지 싶으면서도, 문득 내가 가진 기술이랄 게 고작 엑셀이나 조금 만지는 수준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이 오면 마음이 덜컥 내려앉는다. 옆 팀 대리는 퇴근 후에 무슨 영상 편집 자격증을 딴다느니, 주말에는 제과제빵 학원을 다닌다느니 하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만 뒤처지는 건가 싶어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래서 홧김에 결제한 게 스케치업 강의였다. 정확히 16만 5천 원. 한 달 동안 들을 수 있는 패키지였는데, 결제하고 나서 딱 이틀은 정말 열정적이었다. 노트북을 켜고 프로그램도 설치하고, 첫 수업의 인터페이스 설명까지는 무리 없이 들었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였다. 그 뒤로 회사 일이 바빠지기 시작했고, 야근이 며칠 이어지니 집에 돌아오면 컴퓨터 전원 버튼을 누르는 것 자체가 큰 과업처럼 느껴졌다.
집만 오면 쏟아지는 피로와 현실적인 벽
결국 스케치업은 바탕화면의 아이콘으로만 남았다. 사실 따지고 보면 내가 이걸 배워서 당장 어디에 써먹을 계획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냥 막연하게 ‘이런 거 하나쯤 있으면 언젠가 도움이 되겠지’ 하는 심정이었던 것 같다. 예전에 친구가 컴퓨터 교육 관련해서 자격증을 몇 개 따더니 결국 취업에는 별 도움이 안 됐다고 투덜대던 기억이 난다. 그 친구는 사무보조나 스토어매니저 같은 일자리를 알아보다가 결국 포기하고 다른 일을 찾았다. 나라고 다를까. 지금 당장 퇴근하고 침대에 누우면 유튜브 알고리즘에 이끌려 숏츠를 보다 잠드는 게 일상인데, 2시간짜리 강의를 끈기 있게 듣는 건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어제는 오랜만에 사이트에 접속해 봤는데 ‘수강 기간이 7일 남았습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떠 있었다. 남은 7일 동안 이걸 다 듣는 게 물리적으로 가능한가 싶어 다시 창을 닫았다.
돈 주고 스트레스를 사는 기분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자격증에 매달리는 게 진짜 미래를 위해서인지, 아니면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쉬는 내가 불안해서인지. 주변을 둘러보면 다들 뭐라도 한다. 60대인 우리 아빠 친구분들도 노후 대비한다고 무슨 민간 자격증을 몇 개씩 따시는데, 정작 그 자격증이 실제로 일자리로 연결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그냥 ‘내가 아직 쓸모 있는 사람이다’라는 걸 증명하고 싶어서 시간과 돈을 쓰는 것 같기도 하고. 나도 마찬가지다. 스케치업 강의를 결제해놓고 듣지 않는 나 자신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안도하고 한편으로는 자책한다. 공부 안 해도 되니까 편하긴 한데, 동시에 돈을 버렸다는 죄책감이 묘하게 불편하다. 그렇다고 오늘 밤에 억지로 강의를 들을 것 같지는 않다. 이미 유튜브에서 어제 보던 요리 영상이 더 궁금하니까.
자격증이 나를 구원해주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어차피 16만 원은 이미 카드값으로 청구되었고, 그걸 다시 회수할 방법은 없다. 차라리 그 돈으로 맛있는 거나 사 먹을걸 그랬나 싶다가도, 만약 강의를 하나도 안 듣고 수강 기간이 끝나버리면 나중에 또 비슷한 상황에서 ‘이번엔 진짜 끝까지 해봐야지’라며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만 같다. 이게 참 딜레마다. 무언가를 배우고 싶어서가 아니라, 무언가를 배우지 않으면 도태될 것 같은 공포 때문에 시작하는 공부는 오래가지 못한다. 오늘도 퇴근길 지하철에서 스케치업 강의 앱을 삭제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냥 뒀다. 마치 언젠가는 할 사람처럼 남겨두는 게 심리적으로 좀 덜 찜찜해서 그런 것 같다. 내일은 회사 점심시간에 잠깐이라도 켜볼 수 있을까. 모르겠다. 아마 또 엑셀 파일을 열어놓고 딴짓을 하겠지.

요리 영상 보면서 유튜브 알림 때문에 강의 듣는 걸 포기하는 기분, 정말 공감돼요. 제가 요즘도 비슷한 패턴이라…
스케치업 앱 삭제 고민했던 거 비슷한 경험이라 공감되네요. 숏츠에 갇히기 전에 훅 지나가는 시간들을 보면 정말 안타깝게 느껴져요.
영상 편집 자격증 따는 분들 보면서, 제 엑셀 정도는 정말 안 쓰거든요.
스케치업 앱 삭제 생각했던 거, 저도 비슷한 불안함 때문에 강의를 계속 신청하는 패턴이 있더라고요. 잘 안 쓰면 뭐하냐는 생각에 시작하는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