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는 집에서 하는 거랑 시험이랑 너무 다르더라
사실 집에서 찌개 끓이고 반찬 만드는 건 자신 있다고 생각했다. 북어탕 같은 거 가끔 끓여 먹기도 하고, 지단도 나름 예쁘게 부쳐낸다고 자부했다. 그런데 웬걸, 학원 첫날 강사님이 재료 손질하는 거 보고 내가 평소에 하던 방식이 얼마나 엉망인지 바로 알겠더라. 일단 조리복 입는 것부터가 어색했다. 빳빳하게 풀 먹인 흰 조리복을 입고 거울을 보는데, 뭔가 엄청난 전문가가 된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냥 코스프레 하는 사람처럼 느껴져서 좀 부끄러웠다. 특히 그 위생 모자. 머리카락 한 올 안 나오게 꽉 조여매야 하는데, 이게 은근히 신경 쓰여서 요리하는 내내 거슬렸다.
실기 재료와 도구 준비에만 십만 원이 훌쩍
학원을 등록하고 나니 바로 ‘실기 준비물’ 리스트가 톡으로 날아오더라. 그냥 집에 있는 칼 가져가면 안 되나 싶었는데, 규정 보니까 무슨 칼 종류만 해도 몇 개인지. 위생복 상하의 세트에 칼 가방, 계량스푼, 냄비, 프라이팬까지. 대충 다 합치니 15만 원 정도 들었던 것 같다. ‘러브쿡샵’ 같은 곳에서 묶음으로 파는 걸 샀는데, 막상 받아보니 냄비가 왜 이렇게 작은지 모르겠다. 평소 집에서 쓰던 큼지막한 웍은 시험장에 가져갈 수도 없으니 말이다. 이걸 다 챙겨서 버스 타고 학원 가는데, 가방이 너무 무거워서 내릴 때마다 낑낑거렸다. 요리 자격증 따기도 전에 어깨가 먼저 나갈 것 같다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시간 관리와 칼질 사이의 싸움
시험장에 가면 진짜 머릿속이 하얘진다. 50분 내에 두 가지 요리를 다 끝내야 하는데, 일단 재료 씻고 데치는 시간 빼면 사실상 요리하는 시간은 얼마 안 된다. 특히 무 돌려깎기 같은 거 할 때는 내가 지금 요리를 하는 건지, 아니면 목공 수업을 듣는 건지 헷갈릴 지경이다. 옆 사람 칼질 소리가 너무 빠르면 괜히 마음이 급해져서 손가락을 베일 뻔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집에서 할 때는 그냥 대충 썰어서 넣으면 그만인데, 여기서는 규격이 다 정해져 있으니까 자꾸 자로 재고 싶어진다. 강사님은 눈대중으로 하라는데, 그 감이 언제 생기는 건지 솔직히 아직도 모르겠다.
연습해도 불안한 건 어쩔 수 없는 듯
학원에서 한 번 해보고 집에 와서 다시 해보면 분명 학원에서는 그럴듯했는데 왜 집에서는 맛이 묘한 건지. 북어탕 하나 끓이는데도 레시피대로 안 하고 내 입맛대로 간을 하려고 해서 문제인 것 같다. 시험장에서는 절대 내 입맛대로 하면 안 된다고 하는데, 슴슴한 맛을 내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차라리 짜면 물이라도 붓지, 간이 안 맞으면 진짜 답이 없다. 다음 달 시험 예약해놨는데, 벌써부터 위생모 쓸 생각에 갑갑하다. 과연 이게 정말 필요한 자격증인가 싶다가도, 또 막상 요리할 때 보면 배운 게 조금씩은 도움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좀 애매한 마음으로 계속 다니고 있다.
연습실 빌리는 것도 일이다
학원 수업 없는 날에 연습 좀 해보려고 조리실 대여하는 곳들을 알아봤다. 시간당 1만 원에서 1만 5천 원 정도 하는데, 재료비는 따로라니 생각보다 비용이 꽤 나간다. 집에서 연습하면 뒷정리하기가 너무 힘들어서 밖에서 빌려서 하는 건데, 모르는 사람들이랑 같이 주방 쓰는 게 꽤나 불편하다. 누가 내 자리 훔쳐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도구 섞일까 봐 계속 눈치 보게 된다. 요리가 즐거워서 시작한 건데, 지금은 그냥 숙제 하나 끝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느낌이다. 그래도 일단 접수했으니 끝까지는 가봐야겠지.

무 돌려깎기 하는 모습 보니까, 저도 완전 꼼꼼하게 준비해야겠다.
북어탕 끓일 때 손질 방식이 진짜 엉망인 거 보고 깜짝 놀랐네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세심한 부분이 있나 보더라고요.
무 돌려깎는 거 정말 힘들었어요! 저도 칼질 연습 좀 더 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