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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의고사 치러 강남까지 다녀왔는데 남은 건 피로뿐이네

낯선 고사장의 공기

지난주 일요일, 법무사단기에서 진행하는 모의고사를 보러 굳이 강남까지 다녀왔다. 집에서 그냥 인강만 돌려봐도 충분하다는 걸 머리로는 알겠는데, 이상하게 시험장 분위기를 한번 겪어보지 않으면 불안한 마음이 가시질 않더라. 6월부터 시작해서 7월, 8월까지 이어지는 3회차 일정 중 첫 번째 시험이었는데, 확실히 집에서 노트북으로 문제 푸는 거랑은 차원이 달랐다. 눅눅한 에어컨 바람 냄새랑 옆 사람 책장 넘기는 소리, 그리고 왠지 모르게 다들 엄청나게 열심히 살고 있다는 압박감이 느껴져서 처음엔 집중이 좀 안 되더라. 접수비가 대략 4만 원 정도였나, 솔직히 이 돈이면 치킨이 몇 마리인데 싶다가도 다들 이렇게 고생해서 자격증 따나 싶어 묘한 기분이 들었다.

집 밖으로 나오는 것 자체가 훈련인 듯

사실 요즘 세상이 좋아져서 온라인 교육이니 뭐니 넘쳐나지만, 막상 오프라인 강의실에 앉아 있으면 딴짓을 못 한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평소에 집에서 공부할 때는 휴대폰 알림 한번 울리면 바로 유튜브로 넘어가서 30분씩 시간을 날리기 일쑤였으니까. 근데 여기는 강사가 바로 앞에서 돌아다니는 느낌이 드니까 억지로라도 문제를 읽게 된다. 다만, 왕복 두 시간 넘게 걸리는 이동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지하철 안에서 핸드폰으로 요약집이라도 좀 볼까 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숨쉬기도 벅차더라. 나중에 해군 부사관 준비하는 친구가 자기들은 출항하면 데이터도 안 터져서 영상 파일을 미리 수백 개씩 다운받아 본다던데, 그 얘길 듣고 나니 강남 지하철에서 고생하는 건 불평할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잠깐 스쳤다.

해설 강의를 듣고 난 뒤의 찝찝함

시험이 끝나고 나서 바로 이어진 해설 강의는 사실 기대만큼 속이 시원하지는 않았다. 다들 이미 답을 다 알고 있는 상태에서 빨리빨리 넘어가니까, 내가 왜 틀렸는지 깊게 고민할 틈이 없더라. 특히 민법 파트에서 헷갈렸던 부분은 강사님도 ‘이건 그냥 외우는 게 답입니다’라고 툭 던지고 넘어가시는데, 집에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에서 계속 그 말이 맴돌았다. AI가 아무리 발전해서 마케팅 문구들을 쏟아내도 결국 법 공부는 사람이 직접 몸으로 때우며 외워야 한다는 게 씁쓸하면서도 당연한 이치인 것 같다.

비즈니스 매너인지 눈치싸움인지

휴식 시간에 복도에서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를 듣고 있자니 참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누구는 벌써 법무사 사무소 어디를 알아보고 있다느니, 또 누구는 다른 자격증이랑 병행하느라 죽겠다느니 하는 얘기들이 들리는데, 다들 치열하게 사는데 나만 뒤처지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고. 어떤 분은 정장 차림으로 와서 엄청 격식 있게 행동하시는데, 그게 본인의 비즈니스 매너인지 아니면 그냥 시험날의 긴장감인지 모르겠다. 문득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나 싶다가도, 또 다음 달 모의고사 날짜를 달력에 체크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시험 당일에는 너무 피곤해서 다신 오프라인 신청 안 한다고 다짐했는데, 막상 집에 와서 성적표 기다리는 마음은 또 왜 이렇게 초조한지 모르겠다.

어쩌면 공부보다 버티는 게 전부일지도

결국 인권영향평가니 뭐니 거창한 사회 이슈들을 고민하기 전에, 내 당장 눈앞의 1차 시험 점수부터 올리는 게 급선무다. 능력 중심 사회니 뭐니 해도 결국 자격증이라는 틀을 깨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오늘 하루 강남역 근처 식당에서 대충 사 먹은 점심값이 1만 5천 원이었는데, 이 돈이면 집에서 며칠은 먹을 텐데 싶고. 다음 달 시험 때는 좀 더 일찍 가서 여유 있게 커피라도 한잔 사 마시며 마음을 다잡아봐야겠다. 딱히 합격의 확신이 드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딱히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그냥 꾸역꾸역 다음 모의고사까지 버티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인 것 같다.

“모의고사 치러 강남까지 다녀왔는데 남은 건 피로뿐이네”에 대한 3개의 생각

  1. 저도 온라인 강의할 때 유튜브에 빠져서 시간 관리를 못 하는 제 자신을 떠올리니 공감되네요. 특히 눅눅한 에어컨 바람 냄새 얘기에서 저의 옛날을 보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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