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시장의 불안감 속에서 검색해 본 민간 자격증
요즘 들어 회사 일도 예전만큼 안정적이지 않다는 느낌이 들고, 나이가 들면서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수시로 찾아왔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이것저것 검색해 보다가 우연히 은퇴 후나 부업으로 괜찮다는 실버자격증이나 베이비시터자격시험 같은 단어들을 보게 되었다. 마침 시간도 좀 남고, 뭐라도 준비해 두면 나중에 다 쓸데가 있겠지 하는 아주 막연하고 안일한 생각에서 시작된 일이었다. 직장에 다니고 있다 보니 어디 학원을 찾아가서 주말마다 수업을 듣는 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퇴근하고 집에서 컴퓨터나 폰으로 볼 수 있는 자격증사이트를 찾게 되었는데, 검색을 하면 할수록 ‘무료교육’, ‘수강료 0원’이라는 문구를 내세운 사설 평생교육원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중에서도 공짜로 공부해서 자격증취득까지 할 수 있다는 곳들이 꽤 많아서, 나도 모르게 가벼운 마음으로 회원가입을 덜컥 해버렸다.
한국직업능력원격평생교육원 회원가입과 4주 동안의 수강 과정
그렇게 등록했던 곳이 바로 한국직업능력원격평생교육원 같은 민간 교육 사이트 중 하나였다. 처음에는 정말로 돈을 한 푼도 내지 않고 수강 신청을 할 수 있어서 신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강의를 듣기 시작하면서부터 슬슬 귀찮은 상황들이 생겼다. 강의 자체는 약 20분에서 30분 분량으로 짧은 편이었는데, 이게 배속 재생도 안 되고 중간중간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려면 클릭을 해줘야 하는 식이라 컴퓨터 앞에 꼼짝없이 붙어 있어야 했다. 퇴근 후 피곤한 몸으로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으니 눈은 자꾸 감기고, 강사분이 책을 그대로 읽는 듯한 지루한 강의 톤 때문에 집중하기도 힘들었다. 진도율 80%를 넘겨야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기에 억지로 켜두고 다른 일을 하기도 했다. 4주 동안 매일같이 이 짓을 반복하려니, 생각보다 시간도 많이 뺏기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상당했다.
무료 강의 뒤에 숨어 있던 자격증 발급 비용의 실체
우여곡절 끝에 정해진 기준을 채우고 온라인으로 시험을 봤다. 시험은 솔직히 교안 파일 하나 열어놓고 검색해가면서 풀면 누구나 합격할 수 있을 정도로 난이도가 낮았다. 예상대로 합격 통보가 바로 화면에 떴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그 다음에 일어났다. 합격했으니 자격증을 신청하라는 문자가 와서 링크를 타고 들어갔더니, 무료라던 처음의 설명과는 다르게 실물 자격증 발급 비용으로 90,000원 상당의 금액을 결제하라고 되어 있었다. 상장형 종이 자격증과 카드형 자격증을 한꺼번에 패키지로 묶어서 파는 식이었는데, 이걸 결제하지 않으면 내 수강 기록과 합격 사실은 그냥 사이트 데이터로만 남고 실제 이력서에 쓸 수 있는 증빙 서류는 나오지 않는 구조였다. 결국 무료자격증이라는 건 교재나 강의료만 공짜일 뿐, 마지막 증명서를 손에 쥐기 위해서는 돈을 내야 한다는 일종의 꼼수였던 셈이다. 이 결제창 앞에서 며칠 동안 신청을 할지 말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이미 들인 시간과 노력이 아까워서 결국 카드를 긁었지만, 왠지 모르게 낚였다는 기분이 들어 씁쓸했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 홈페이지에서 겪은 복잡한 행정 절차와 혼선
그 돈을 내고 나서야 내가 딴 게 국가 공인 자격증이 아니라 단순한 민간자격증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혹시나 내 노력이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지 확인해 보려고 국가평생교육진흥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자격증조회 기능을 이용해 보았다. 그리고 민간자격증조회 시스템에서 내가 발급받은 교육기관의 명칭과 자격증 번호를 쳐보았는데, 등록은 되어 있었지만 공인 자격이 아닌 ‘등록 민간 자격’으로만 분류되어 있었다. 즉, 법적인 강제성이나 국가적인 공신력은 전혀 없는, 말 그대로 사설 학원에서 수료증 하나 받아 든 것과 다를 바 없는 상태였다. 차라리 처음부터 돈이 좀 들더라도 내일배움카드교육기관을 찾아봐서 제대로 된 국가 직업훈련 과정을 이수하거나, 경희대평생교육원 같은 공신력 있는 대학 부설 기관에서 학점은행제를 밟으며 제대로 된 자격증 과정을 밟는 게 훨씬 나았을 거라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국비 지원 과정을 이수하면 자부담금이 10만 원 안팎으로 들더라도 국가가 인정해 주는 훈련 이력이 남기 때문이다.
이력서 한 줄을 위해 지출한 비용과 실제 쓸모에 대한 의문
결국 내 손에는 겉보기에만 번지르르한 플라스틱 카드 한 장이 쥐어졌다. 이 베이비시터 자격증을 가지고 당장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구직 사이트를 검색해 보았지만, 대부분의 채용 공고에서는 보육교사 라이선스가 있는 사람을 우대하거나 관련 실무 경력이 있는 사람만 구하고 있었다. 내가 딴 민간 자격증은 실제 취업 시장에서 그리 큰 매력으로 작용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내가 겪은 번거로움과 들인 비용에 비해 결과물이 너무 미약해서 누군가 주변에서 이런 무료 교육 자격증에 대해 물어본다면 선뜻 추천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고 아예 무의미한 시간이었다고 자위하기에는 잃어버린 주말과 결제한 발급 비용이 계속 머릿속에 맴돈다. 여전히 책상 서랍 한구석에 굴러다니는 그 자격증 카드를 보면서, 다음에는 무작정 쉽고 싼 것만 찾을 게 아니라 행정 절차가 조금 복잡하고 비용이 들더라도 제대로 된 국가 공인 루트를 밟아야겠다는 찝찝한 교훈만 남게 되었다. 아직도 그 자격증을 이력서에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확실히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다.

강의를 듣는 동안 억지로 집중하려다 보니 오히려 더 피곤해지는 것 같네요. 국가 자격증 과정이랑 비교해보니 시간 투자 대비 효율이 훨씬 떨어지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