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컥 접수부터 했던 승강기기사 시험
올해 초였나, 괜히 마음이 붕 떠서 뭔가라도 해야겠다 싶어 무작정 자격증 시험들을 찾아봤다. 남들 다 하는 공인중개사는 왠지 공부량이 너무 많아 보여서 겁이 났고, 은퇴 후를 대비한다길래 노인 관련 자격증 같은 것도 기웃거려 봤는데, 이게 참 애매하더라. 결국 내가 선택한 건 뜬금없게도 승강기기사였다. 그냥 이름만 들었을 때는 어딘가 기술직 느낌이 강해서 안정적이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응시료가 아마 2만 원대였나, 3만 원 초반대였나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결제 버튼 누를 때까지만 해도 ‘뭐, 한두 달 집중하면 되겠지’ 싶었다. 근데 막상 두꺼운 기본서를 받아보니 이게 내 수준에 맞는 건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첫 장을 펼치는데 용어부터가 외계어 같아서 머리가 멍해지더라.
학원과 인강 사이에서 고민했던 시간
혼자 힘으로 해보겠다고 며칠을 끙끙거렸는데, 이게 정말 쉬운 게 아니었다. 소방설비기사 전기 인강 같은 건 주위에서 많이들 본다던데, 승강기는 생각보다 정보가 너무 파편화되어 있었다. 동네 근처에 산림기능사 학원 같은 건 보여도, 이런 기술 자격증 전문 학원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결국 집 근처 스터디 카페를 끊어놓고 노트북으로 영상을 보며 독학을 시작했다. 문제는 내가 집중력이 생각보다 낮다는 거다. 보통 수업 시간이 한 타임에 1시간 정도로 잡혀 있는데, 한 20분만 지나면 화면 속 강사님 목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린다. 이게 맞나 싶어서 소방설비기사 실기 책을 산 지인의 후기를 들어보니, 다들 실기 준비하면서 눈물 쏙 뺐다는 말만 들려오고. 나는 필기부터 이렇게 허덕이는데 말이다.
왜 시작했는지 가끔 스스로 묻게 될 때
공부를 하다 보면 내가 지금 뭘 위해서 이걸 하고 있나 싶을 때가 있다. 40대 여성 자격증 검색 키워드에 항상 상위권에 떠 있길래 나도 모르게 이 흐름에 합류한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거다. 주변 사람들은 ‘그걸 따서 어디에 쓰려고?’라고 묻는데, 딱히 거창한 계획이 있는 건 아니다. 그냥 매일 아침 출근해서 반복되는 일상 말고, 뭔가 새로운 지식을 내 머릿속에 집어넣는 감각이 필요했을 뿐이다. 근데 공부가 잘 안될 때면 그 감각이 고통으로 바뀐다. 최근에는 퇴근하고 집에 오면 녹초가 되어서 책상 앞에 앉기가 정말 힘들다. 어제는 인강 보다가 그대로 잠들어서 새벽 2시에 깼는데, 그 허탈함이란 말로 다 할 수 없다. 정말 꾸준히 하는 사람들은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생각보다 더딘 진도와 남은 의문들
공부 분량 조절에 실패했다. 처음 계획은 3개월이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 벌써 반년이 지나가고 있다. 한국교육진흥원에서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괜히 딴짓만 늘어난 기분이다. 이제 와서 그만두기도 애매하고, 계속하자니 끝이 안 보이는 느낌이랄까. 시험 일자가 다가올수록 부담감보다는 그냥 ‘빨리 해치우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혹시나 떨어지면 응시료가 아까워서라도 다시 봐야 하겠지. 요즘은 아예 일주일에 딱 5시간만 투자하자고 마음을 비웠다. 그래도 이해 안 가는 공식들은 여전히 나를 괴롭히지만, 이제는 이해하려고 너무 애쓰지 않기로 했다. 그냥 눈에 익히는 것만으로도 나중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약간은 무책임한 기대를 하면서.
과연 이 공부가 끝이 날까
사실 자격증 하나 딴다고 내 삶이 드라마틱하게 변하지는 않을 거라는 걸 안다. 그런데도 왜 계속 붙잡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나는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다’는 그 상태를 즐기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막상 합격하고 나면 또 다른 무료함이 찾아오겠지. 이번 시험이 끝나면 조금 쉬고 싶다. 정말로. 그동안 미뤄왔던 운동도 좀 하고,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여유도 찾고 싶다. 하지만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라 그런지 마음 한구석이 항상 찝찝하다. 합격 수기들을 보면 다들 한 번에 붙었다는 말뿐인데, 나는 왜 이렇게 더딘지 모르겠다. 남은 시험까지 남은 날짜를 세어보며 오늘 밤도 책장을 넘기지만, 솔직히 자신이 있는지 없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저 묵묵히 하다 보면 언젠가 시험장에 가 있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