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뭔가 다를 거라 생각했다
벌써 계절이 몇 번이나 바뀌었는지 모르겠다. 작년 가을쯤이었나, ‘컴퓨터 개론’이나 ‘시스템 설계’ 같은 분야가 나중에 데이터 분석에 도움이 될 거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했던 자격증 공부가 있었다. 처음에는 책을 펴면 다 이해될 것 같았고, 인터넷에서 찾아본 후기들도 생각보다 할 만하다는 말들이 많아서 덜컥 겁 없이 뛰어들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업무랑 병행하면서 틈틈이 보려던 계획은 첫 주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주말에는 좀 몰아서 하려고 했는데, 막상 토요일이 되면 몸이 천근만근이라 책상 앞에 앉아있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다.
도서관 가는 길은 왜 이렇게 먼지
집 근처에 구립 도서관이 하나 있는데, 거기 열람실 예약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매번 어플로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게 힘들어서 결국 몇 번 포기했다. 근처 카페는 너무 시끄럽고, 스터디 카페는 시간당 2,000원 정도 하던데 이게 한두 번 갈 때는 몰라도 매일 나가다 보면 은근히 부담이 된다. 시험이 2주 앞으로 다가왔을 때쯤에는 거의 반쯤 자포자기 상태였던 것 같다. 무작정 외우기만 하면 될 줄 알았던 개념들이 머릿속에서 따로 놀기 시작했다. 특히 아키텍처 부분은 봐도 봐도 이해가 안 가서 그냥 통째로 외워버릴까 고민도 했다.
시험장에서 겪은 예상 밖의 일
드디어 시험 당일, 고사장까지 가는 길에 지하철 환승을 한 번 잘못해서 30분 정도 더 걸렸다. 안 그래도 긴장되는데 길까지 헤매니까 식은땀이 나더라. 막상 시험장에 들어가니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아 보이는 분들도 많고, 다들 엄청난 기세로 요약 노트를 훑고 있어서 괜히 더 위축됐다. 시험 문제는 생각보다 난이도가 들쑥날쑥했다. 어떤 건 어제 본 내용 같았는데, 또 어떤 건 책 한 번 펴보지도 못한 구석진 파트에서 덜컥 나와서 당황했다. 시험 시간은 2시간 정도였는데, 1시간쯤 지나니까 집중력이 확 떨어져서 그냥 빨리 나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
결과는 결국 예상했던 대로
결과는 당연히 불합격이었다. 점수를 확인했을 때 묘한 기분이 들었다. 아쉬운 마음보다는 ‘그럴 줄 알았다’는 허무함이 더 컸던 것 같다. 주변에서는 한 번에 붙는 사람들도 있다던데, 나는 왜 이렇게 기초를 잡는 것부터 버거운지 모르겠다. 사실 그 당시에 회사 일도 바빴고, 개인적으로 신경 쓸 일도 많아서 집중할 환경이 아니었다고 스스로 위로해보지만, 찝찝함은 가시지 않는다. 다시 접수하려고 보니까 응시료가 또 올랐더라. 예전에 냈던 금액보다 몇 천 원 더 비싸진 것 같은데, 이게 뭐라고 이렇게 고민이 되는지.
이번에는 정말 끝낼 수 있을까
어제부터 다시 책을 펴고 있다. 근데 이상하게 예전에 봤던 내용들이 새롭게 다가온다. 그때는 급하게 하느라 제대로 읽지 않았던 서문이나 기초 개념들이 이제야 조금씩 눈에 들어오는 기분이다. 물론 여전히 중간중간 한숨이 나오고, 그냥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문득문득 든다. 어차피 이 자격증이 내 인생을 드라마틱하게 바꿔줄 거라는 기대는 진작에 접었다. 그냥 내가 시작한 걸 제대로 끝맺음하지 못했다는 그 느낌이 싫어서 다시 하는 것뿐이다. 이번에 떨어지면 진짜 그만둘까 싶기도 한데, 막상 시험장에 가보면 또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 참 애매하다.

열람실 예약하려다 포기하는 거, 진짜 공감되네요. 저도 자기 전에 카페 예약해놓고 새벽에 나가려다 매번 실패했었거든요.
저도 책을 다시 보면서 비슷한 느낌이더라고요. 특히 처음에는 너무 빨리 읽으려다 뒤돌아봤을 때, 중요한 부분들을 놓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더 신중하게 접근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