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이걸 왜 시작했나 싶은 밤
며칠 전부터 갑자기 휠체어 정비 관련 기술 자격증 준비를 시작했다. 사실 대단한 목표가 있었던 건 아니다. 평소에 손으로 뭔가를 조립하거나 뜯어보는 걸 좋아하긴 했지만, 전문적인 영역으로 들어가려니 생각보다 챙길 게 너무 많았다. 처음에는 그냥 동네 커뮤니티 센터에서 하는 짧은 교육 과정이 있길래, 시간도 남고 뭐라도 하나 더 배워두면 나중에 쓸 일이 있겠지 싶어서 가볍게 신청했다. 그런데 막상 수업을 듣기 시작하니 분위기가 내가 생각하던 그런 편안한 느낌이 아니었다. 다들 눈빛이 너무 진지해서 오히려 내가 더 당황스러웠다. 교육비는 대략 30만 원 정도 냈는데, 이게 생각보다 꽤 큰 금액이라 중간에 그만두지도 못하게 생겼다. 처음에는 그냥 가벼운 취미 생활로 접근했는데, 어느새 의무감이 되어버린 게 좀 억울하기도 하고 그렇다.
생소한 공구들과 씨름하던 지난주
지난주 실습 시간엔 정말 진땀을 뺐다. 센터에 비치된 공구들은 내가 집에서 쓰던 드라이버나 렌치랑은 차원이 달랐다. 용도도 명확하고 크기도 제각각이라 이걸 언제 다 외우나 싶었다. 휠체어 분해를 해보는데 나사 하나가 뻑뻑해서 안 풀리는 거다. 옆에 있던 다른 수강생분들은 척척 잘만 하시는데 나만 여기서 끙끙대고 있으니까 마음이 조급해졌다. 분명 강사님이 알려준 순서대로 하고 있는데 왜 내 것만 안 돌아가는 건지, 이게 기계 탓인지 내 손이 문제인지 알 수가 없었다. 결국 강사님을 세 번이나 불렀다. 매번 친절하게 알려주셨지만, 뒤에 줄 서 있는 사람들을 보니까 내 차례가 미안해져서 나중에는 그냥 대충 아는 척하고 넘어가게 되더라. 그날 집에 돌아오는데 손끝에서 기름 냄새가 잘 안 빠져서 한참을 씻었다.
엉뚱한 고민에 빠지는 공부 시간
시험 준비라는 게 원래 이렇게 정답 찾기에 급급한 건지 모르겠다. 어제는 집에 앉아서 이론 공부를 하는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걸 외워서 어디에 쓰지?’ 싶다가도, 곧 있을 시험에서 떨어지면 이 30만 원이 다 날아가는 거니까 다시 책을 펼치게 된다. 옛날 학교 다닐 때 선생님이 수업하시는데 학생이 ‘이거 시험에 나오나요?’라고 물어보던 게 기억났다. 그때는 그 학생이 참 답답해 보였는데, 지금 내가 딱 그 꼴이다. 시험에 안 나오면 굳이 외울 필요가 없다는 그 효율성 중심의 사고방식이 나를 지배하고 있다는 게 좀 씁쓸하다. 배움의 즐거움 같은 건 이미 저 멀리 가버렸고, 그냥 어떻게든 합격 점수만 넘기자는 생각뿐이다.
예상치 못한 대기 시간과 불안감
다음 주면 본격적으로 모의고사를 본다고 한다. 시험 장소는 집에서 버스로 40분 정도 걸리는 곳인데, 가뜩이나 길치라서 벌써부터 걱정이다. 시험 시간이 오후 2시인데, 혹시나 늦을까 봐 1시간 일찍 도착해야 하나 고민 중이다. 사실 휠체어 정비는 현장에서 직접 부딪혀보면서 배우는 게 훨씬 빠를 것 같은데, 왜 굳이 이런 필기시험을 치러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주변 사람들은 자격증 하나 있으면 나중에 이직할 때 도움 될 거라고 하는데, 당장 눈앞의 복잡한 구조도 파악하기 벅찬 나에게는 너무 먼 이야기 같다.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 중에는 이미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도 꽤 있어서, 그들 사이에서 내가 겉도는 기분이 드는 것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
시험을 준비하면서 느끼는 건데, 기술이라는 게 참 정직하면서도 야속하다. 내가 노력한 만큼 성과가 바로 눈앞에 보일 때도 있지만, 기계는 거짓말을 안 하니까 내 실력이 모자라면 결과물이 바로 티가 난다. 이번 시험에 붙는다고 해서 내가 갑자기 대단한 기술자가 되는 것도 아닐 텐데, 왜 이렇게 매달리고 있는지 가끔은 의문이 든다. 남들은 다들 무언가 목적을 가지고 바쁘게 움직이는데, 나만 엉뚱한 길에서 헤매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일단 시험 날짜는 다가오니까 억지로라도 문제집을 한 번 더 훑어보긴 할 거다. 사실 붙어도 고민이고, 떨어지면 더 큰 고민이 되겠지. 시험이 끝난 뒤에 이 기술을 진짜로 써먹을 일이 있을지, 아니면 그냥 자격증 하나 따고 끝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냥 일단 내일 수업 갈 준비나 해야겠다.

실습 때 휠체어 분해할 때 나처럼 당황했던 기억이 생기네요. 저도 시험 때문에 끙끙대다가 강사님께 도움을 요청하는 게 어색하더라고요.
이론 공부하면서 잊지 마셨던 것처럼, 실습은 정말 중요하더라구요. 30만 원이 사라지는 상황을 생각하면 더 그래요.
이론 공부하면서 옛날 학교 친구 생각나네요. 선생님이 물어보던 것처럼, 시험에 안 나오면 외울 필요 없다는 생각에 씁쓸해지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