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아이 영어 교육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주변 엄마들이 다들 하나씩 시킨다는 온라인 영어 프로그램을 알아보는데, 이게 또 무료체험이라는 이름으로 사람을 꽤나 유혹한다. 처음에는 그저 가벼운 마음이었다. 어차피 공짜라는데 며칠 써보고 별로면 그만두면 그만이지, 싶었으니까. 그런데 막상 시작하고 나니 생각보다 내 일상에 파고드는 게 꽤 번거로웠다.
시작은 가벼웠지만 알림은 무거웠다
무료체험 신청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이름, 전화번호, 그리고 이메일 주소를 적어야 한다. 그냥 버튼 하나 누르는 게 아니었다.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나니 금세 상담 전화가 왔다. 10분 정도면 끝날 줄 알았던 학습 컨설팅이 30분을 훌쩍 넘기더라. 나중에 알고 보니 이게 교육 프로그램 마케팅의 정석 같은 거란다. 어쩌다 보니 디지털교과서 활용법부터 초등 필수 영단어까지 꽤 많은 정보를 얻긴 했는데, 상담이 끝날 때쯤에는 이미 내 진이 다 빠져 있었다. 상담원은 매우 친절했고 나는 그 친절함에 밀려 ‘일단 해볼게요’라고 대답해버린 것 같다.
7일 뒤에 찾아온 뜻밖의 청구서
문제는 체험 기간이 끝날 때 발생했다. 보통 7일 무료체험이면 딱 7일만 쓰고 결제 전환이 안 되길 바라는 게 사람 마음 아닌가. 그런데 내가 그 타이밍을 놓쳤다. 하루 차이로 결제 문자를 받고는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 때도 비슷하게 당했던 기억이 났다. 그때는 고객센터랑 실랑이하느라 몇 시간을 썼는데, 이번엔 학습지라 그런지 해지 절차가 생각보다 더 복잡했다. 앱 내에서 바로 취소 버튼이 보이지 않아서 결국 다시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이미 체험 기간이 지났으니 이번 달 결제는 어쩔 수 없다’는 말을 듣는데, 10만 원 가까운 돈이 그냥 나가버리는 기분이란 참 씁쓸했다.
체험이 아니라 숙제가 되어버린 일상
무료로 무언가를 제공한다는 건 결국 나라는 사람의 시간을 담보로 하는 것 같다. 아이가 좋아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아이는 정해진 시간에 컴퓨터 앞에 앉아서 영단어를 외우는 걸 숙제처럼 느끼기 시작했다. 학습지가 쌓이면 쌓일수록 아이의 표정이 굳어지는 게 눈에 보였다. 처음 며칠은 호기심에 열심히 하더니, 일주일이 지나자 억지로 꾸역꾸역 진도를 채우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이게 과연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건지, 아니면 내가 엄마로서의 의무감을 덜어내기 위해 비싼 돈을 주고 아이를 가두고 있는 건지 혼란스러웠다.
다들 똑같은 경험을 하는 걸까
커뮤니티를 보니 나랑 비슷한 상황인 사람들이 꽤 많았다. 어떤 사람은 며칠 내내 취소 방법을 몰라서 고민하고, 어떤 사람은 아예 탈퇴까지 고민한다고 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위로가 조금 되긴 했지만, 동시에 씁쓸하기도 했다. 결국 ‘무료’라는 글자 뒤에는 꽤 정교하게 설계된 비즈니스 로직이 숨어 있는 셈이다. 내가 경험한 이 프로그램도 사실 잘 찾아보면 체육공단에서 하는 무료 교육 프로그램이나, 지역 도서관에서 하는 숲해설 프로그램처럼 진짜 공짜로 즐길 수 있는 좋은 것들이 많은데 말이다. 그런데 왜 나는 굳이 결제 압박이 들어오는 곳에 기웃거렸을까 싶다.
여전히 남은 찝찝함과 다음 계획
결국 이번 달은 결제된 금액만큼 열심히 해보기로 했다. 이미 돈은 나갔고, 이걸 환불받느라 감정 소모를 하기엔 내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렇다고 이게 정말 아이에게 효과가 있을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단어 몇 개 더 외우는 게 그렇게 중요한 건지, 차라리 그 시간에 나가서 걷는 게 나은 건지. 아마 다음 달이 되면 다시 구독을 취소할 것 같긴 한데, 또다시 이런 체험 이벤트가 눈에 띄면 나도 모르게 다시 클릭하고 있진 않을지 걱정이다. 다음에는 정말 신중해야겠다고 다짐하면서도, 막상 이런 팝업창이 뜨면 또 혹할 것 같은 이 기분은 뭘까.

아이 영어 프로그램, 무료 체험은 시간 투자에 대한 간과된 비용인 것 같아요. 아이가 영어 공부를 억지로 하는 모습이 걱정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