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가볍게 생각했던 위험물기능장 공부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그냥 좀 유명한 자격증 하나 따두면 좋지 않을까 하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주변에서 기능장 자격증이 있으면 나중에 현장 관리직으로 갈 때 유리하다는 이야기를 몇 번 들었거든. 평소에 꼼꼼하게 정리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인터넷 강의 플랫폼을 하나 결제해서 퇴근 후에 한두 시간씩만 하면 되겠지 싶었다. 생각보다 강의 수가 많아서 처음엔 좀 놀랐지만, 매일 정해진 분량만 소화하면 3개월 안에는 무조건 끝낼 수 있겠다는 오만한 계획을 세웠다. 실제로 첫 주에는 퇴근하고 집에 오자마자 패드를 켜고 강의를 들었다. 근데 이게 생각보다 집중하기가 쉽지 않더라.
쏟아지는 이론 강의와 전자책의 늪
학습관리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고 광고하는 곳이었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기본 이론 강의만 몇십 시간이었다. PDF로 제공되는 전자책은 거의 500페이지가 넘어가서 이걸 다 출력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그냥 태블릿으로 보기로 했다. 근데 이게 문제였다. 눈이 너무 피로한 거다. 낮에 회사에서 모니터를 종일 보고 와서 밤에 또 작은 화면으로 텍스트를 읽으려니 머리가 핑 돌았다. 특히 기초화학 파트는 고등학교 때도 손을 뗐던 부분이라 그런지 용어 자체가 외계어처럼 느껴졌다. 강의를 한 번 듣는다고 이해가 되는 게 아니라서, 똑같은 내용을 두 번, 세 번 돌려보고 있는데도 뒤돌아서면 기억이 하나도 안 나는 기묘한 경험을 매일 했다. 1:1 학습관리라고 해서 질문 게시판에 뭘 올리면 다음 날 답변이 오는데, 내가 뭘 모르는지조차 설명하기가 어려워서 그냥 혼자 끙끙대는 시간이 더 길었다.
10만 원이 넘는 비용과 불확실한 성취감
결제한 강의 플랫폼 비용이 15만 원 정도였는데, 이걸 다 못 보고 포기하면 너무 아깝겠다는 생각 때문에 억지로라도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가끔은 내가 지금 뭘 위해서 이렇게까지 공부하나 싶기도 했다. 주말에 친구들 만나는 것도 줄이고 카페에 처박혀서 모의고사 문제집을 푸는데, 점수가 생각보다 안 나오니까 의욕이 확 꺾이더라. 어떤 날은 모의고사 점수가 40점대까지 떨어져서, 그냥 책을 다 덮어버리고 싶었다. 옆 테이블에서는 여름방학 특강을 듣는 학생들인지 열띤 토론을 하고 있는데 나만 혼자 외롭게 위험물 수치를 외우고 있는 기분이 묘했다. 이게 스마트 학습인지 그냥 나를 괴롭히는 플랫폼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반복적인 패턴 속에 갇힌 기분
죽음을 통해 학습한다는 게임 기획 기사를 어디서 봤는데, 이 공부도 딱 그랬다. 틀리고, 해설 보고, 또 틀리고, 다시 외우는 무한 반복. AI 기반으로 취약 파트를 분석해준다고는 하지만, 내 취약 파트가 그냥 ‘전부 다’인 것 같아서 사실 큰 도움은 안 됐다. 그냥 많이 보고 많이 외우는 게 답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한 달이 훌쩍 지난 후였다. AI 코스웨어니 뭐니 해도 결국 내 머릿속에 집어넣는 건 내 몫이라는 사실이 새삼 야속하게 느껴졌다. 전자책의 특정 페이지를 수십 번 넘기다 보니 나중에는 그 페이지의 얼룩까지 외워질 지경이었다.
끝은 보이지만 개운하지 않은 이 기분
이제 시험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모의고사 점수는 겨우 합격권 문턱에 걸쳐있다. 다행인 건지 아닌 건지, 이제는 문제만 봐도 어떤 유형인지 대충 감은 온다. 처음엔 낯설기만 했던 화학 물질 이름들도 이제는 입에 붙었다. 하지만 막상 합격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여전히 자신이 없다. 자격증이라는 게 따고 나면 별거 아닐 수도 있겠지만, 지금 이 과정을 겪고 있는 나로서는 매 순간이 답답함의 연속이다. 시험을 보고 나면 정말 홀가분해질 수 있을까. 아니면 또 다른 자격증을 찾아서 헤매고 있게 될까. 지금은 그냥 이 굴레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패드부터 켜야 하는 이 생활이 지겹기도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여기서 멈추면 그동안 쏟은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도저히 그만둘 수가 없다.

처음 계획했던 대로 진행하려고 하다 보니, 강의 내용이 너무 빠르게 쌓여서 오히려 머리가 텅 빈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PDF로 보려고 한 거 보니, 눈 건강 관리를 좀 더 신경 써야겠네요.
AI 코스웨어의 한계, 정말 공감했어요. 제가 혼자 공부할 때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는데, 무작정 암기만 하니까 오래 기억에 남지 않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