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점은행제를 시작하게 된 계기
직장을 다니면서 뭔가 기술 하나는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서 전기기사가 그래도 취업이나 나중에 정년 이후까지 생각하면 제일 무난하다고들 하길래 무작정 도전해보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자격 요건을 알아보니 관련 전공 졸업자가 아니면 실무 경력이 필요하더라. 나 같은 비전공 사무직은 바로 시험을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게 학점은행제다. 처음에는 그냥 18학점만 채우면 된다길래, 퇴근하고 유튜브 보는 대신 강의 좀 틀어놓으면 금방 끝나겠거니 싶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안일한 생각이었다.
생각보다 빡빡한 온라인 학습 일정
교육원 상담사분이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긴 했는데, 실제 수업을 듣기 시작하니까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간다. 단순히 강의만 틀어놓고 딴짓을 하면 퀴즈나 토론에서 점수가 깎인다. 매주 올라오는 과제도 문제다. 레포트 주제를 잡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지. 직장 생활하면서 틈틈이 자료 조사하고 글을 쓰는 게 생각보다 체력 소모가 크다. 특히 시험 기간에는 회사 일까지 겹쳐서 거의 좀비처럼 지냈다. 단순히 강의만 듣고 끝나는 줄 알았는데 중간고사, 기말고사까지 다 챙겨야 하니 이게 고3 때도 안 하던 공부를 다시 하는 기분이다.
비용과 시간의 딜레마
한 과목당 가격대가 적게는 몇만 원에서 많게는 십만 원 단위까지 다양하다. 교육원을 어디로 선택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큰데, 나는 그냥 대충 지인 추천으로 골랐다. 이게 맞는 선택이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더 싼 곳도 많았을 텐데 너무 성급하게 결제했나 싶기도 하고. 하루 3~4시간을 꼬박 수업에 투자하는데, 이 시간에 차라리 전기기사 필기 공부를 하는 게 효율적이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매일 든다. 그래도 어쩌겠나, 응시 자격을 얻으려면 이 과정을 끝내야 하니 꾹 참고 하는 수밖에.
실무 경험 없는 이론 공부의 허무함
온라인 강의 내용은 사실 학술적인 부분이 많다. 실무랑 얼마나 맞닿아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실제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교과서에 나오는 이론이랑 실제 현장 설비는 천지 차이라고 한다. 가끔은 내가 지금 종이 쪼가리 자격증 하나 따려고 이렇게까지 하나 싶어 현타가 온다. 예전에 IT 기업에서 일하는 친구가 1대1 멘토링을 받으면서 실무 기술을 익히는 걸 봤는데, 그건 훨씬 생산적으로 보였다. 나는 지금 모니터 화면 속 교수님 목소리를 들으며 졸음을 참는 게 전부인데 말이다.
앞으로의 막막함
이제 한 학기 조금 넘게 남았나. 끝이 보이기는 하는데, 막상 학점 다 채우고 전기기사 자격증을 딴다고 해서 내 인생이 확 바뀔 거라는 기대는 진작에 접었다. 그냥 남들 다 하는 거 나도 하고 있다는 안도감 정도랄까. 수업을 다 듣고 나서도 다시 처음부터 필기랑 실기를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이 가끔은 숨이 턱 막힌다. 주변에서는 다들 열심히 산다고 칭찬하는데, 사실은 그냥 관성대로 여기까지 온 것 같다. 내일 또 강의 업데이트되는 날인데 벌써 귀찮다. 이게 맞는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저도 처음엔 비슷하게 생각했는데, 이론만 공부하다 보면 실제 현장과는 너무 다른 느낌이라 더 답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