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사무실에 있는데 마음은 자꾸 딴곳을 본다
요즘 들어 부쩍 드는 생각이 그냥 다니는 회사 말고 다른 길은 없을까 하는 거다. 처음 입사했을 때는 4대 보험 꼬박꼬박 나오고 정해진 시간에 퇴근하는 게 최고인 줄 알았는데, 막상 3년 차가 넘어가니까 매일 똑같은 엑셀 칸을 채우고 있는 내 모습이 조금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고민 끝에 대구 시지 근처에 있는 스터디카페를 끊었다. 한 달에 15만 원 정도 나가는 거 같은데, 솔직히 처음에 결제할 때는 ‘이 돈이면 치킨이 몇 마리야’ 싶어서 망설여지더라. 그래도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덜컥 시작했다.
왜 굳이 공무원 시험이었을까
사실 대구한국소방학원 근처를 지나가다가 사람들이 빽빽하게 모여 있는 걸 보고 왠지 모를 조급함이 생겼다. 친구들은 다들 직장인 투잡으로 스마트스토어나 영상 편집을 배운다는데, 나는 왜 굳이 이 시험을 선택했는지 모르겠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안정적인 게 최고라고 하셨던 게 뇌리에 박혀 있어서 그런 건지. 고졸 자격으로 도전할 수 있는 직렬을 찾아보긴 했는데, 이게 과연 전망이 좋은 건지 아니면 그냥 내 현실 도피인지 가끔 헷갈린다. 경기도 공무원 친구는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이라 다 똑같다고 하던데, 나는 굳이 굳이 대구에서 좁은 방에 앉아 책장을 넘기고 있다.
스터디카페에서 보내는 밤의 기록
퇴근하고 바로 시지로 가서 8시부터 11시까지 앉아 있는다. 처음 며칠은 의욕이 넘쳐서 타이머도 맞추고 그랬는데, 요즘은 그냥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장하다 싶다. 주변을 둘러보면 다들 나랑 비슷한 처지인 것 같다. 어떤 날은 책보다 멍하니 벽을 더 많이 본다. 옆자리 사람이 키보드 치는 소리가 너무 커서 괜히 신경 쓰이기도 하고, 어떤 날은 조명이 너무 밝아서 눈이 아프기도 하다. 어제는 너무 피곤해서 30분 정도 졸았는데, 그 시간에 그냥 집에 가서 넷플릭스나 볼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정보는 넘쳐나는데 정작 중요한 건 모르겠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대구공무원 합격 수기나 취업 정보가 산더미처럼 쏟아진다. 그런데 막상 내가 시험장에서 마주할 현실은 그런 활자들과는 다를 것 같다. 누구는 6개월 만에 붙었다고 하고, 누구는 3년을 해도 안 된다고 하는데 내 상황은 그 중간 어디쯤일까. 재택근무 직업을 찾아볼까 하다가도 또 이런 공무원 같은 타이틀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내가 참 아이러니하다. 가끔은 내가 뭘 위해서 이렇게 고생하고 있는 건지 답이 안 나온다.
과연 이게 정답일까 싶은 생각
문서작성 아르바이트라도 하면서 용돈이라도 벌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쥐꼬리만한 월급에 미래가 안 보여서 시작한 공부인데, 당장 눈앞의 비용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게 사람 마음인가 보다. 내일은 퇴근하고 바로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오늘도 책을 펴놓고 멍하게 시간을 보낸 것 같은데, 이 공부라는 게 정말 끝이 있기는 한 건지. 사실 공부를 시작한 뒤로 내 생활이 드라마틱하게 변한 것도 없는데, 왜 나는 여전히 여기서 퇴근길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퇴근 후 느끼는 무거움, 저도 느껴봐요. 엑셀 칸 채우는 지루함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동시에 밀려오더라고요.
대구는 첨단지구라 진짜 스마트스토어 하는 친구들 보면 좀 부러운 마음이 들더라고요. 저도 엑셀만 계속 하다 보니까 시큰둥해져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어요.
책을 펴놓고 멍하게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저랑 너무 비슷해요. 시간 가는 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