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센터까지 가서 헛걸음하고 온 날
며칠 전부터 사무실 출입할 때 쓰는 사원증 카드가 자꾸 인식이 안 됐다. 게이트 앞에서 삐 소리가 나면서 빨간 불이 들어오는데, 옆 사람들은 다들 슥 지나가고 나만 멈춰 서서 뻘쭘하게 다시 찍고 또 찍고. 결국 보안팀에 가서 말했더니 카드가 너무 낡아서 홀로그램이 다 벗겨졌다고, 새로 발급받는 게 빠르겠다고 하더라. 예전엔 그냥 사진만 바꾸면 되는 줄 알았는데, 요즘은 신청 절차가 복잡해졌는지 무슨 교육 수료증이나 신분증을 확인하는 시스템 조회부터 거쳐야 한다고 했다.
귀찮은 마음을 뒤로하고 근처 주민센터에 들렀다. 사실 운전면허증도 있고 여권도 있는데, 굳이 사원증 하나 바꾸자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창구에 앉아 있는 분에게 상황을 대충 설명했더니 돌아온 대답은 ‘모바일 국가자격증으로도 신분 확인이 되니까 굳이 실물 카드 고집하지 마세요’라는 식이었다. 아니, 나는 그냥 회사 게이트를 통과하고 싶은 건데 왜 자꾸 모바일 앱을 깔라고 하는 건지. 결국 그날은 서류 하나를 빠뜨려서 그냥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집에서 해결해보려다 실패한 흔적들
다음 날은 아예 집에서 온라인으로 신청해보려고 했다. 교육센터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로그인하고, 그놈의 인증서까지 가져와서 확인 절차를 거쳤다. 예전에는 그냥 사진 올리고 이름 넣으면 끝이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식품 관련 자격증이나 심폐소생술 수료증 같은 것도 연동해서 확인할 수 있게 되어 있더라. 신기하긴 한데, 화면이 너무 느려서 속이 터지는 줄 알았다. 한 페이지 넘어갈 때마다 포인트 적립하라는 광고 팝업이 뜨는데, 이걸 닫는 버튼 찾기도 힘들었다.
신청서를 다 쓰고 결제 단계로 넘어갔는데 비용이 1만 원대 중반이었다. 그냥 플라스틱 카드 하나 뽑는 데 드는 비용치고는 적당한 건지 아닌지도 모르겠다. 며칠 전 뉴스에서 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증도 라이선스 발급받는 절차가 까다로워서 논란이 있다는 걸 본 기억이 났다. 물론 내 사원증이랑은 차원이 다르겠지만, 어쨌든 ‘자격’이라는 걸 증명하는 종이나 카드를 손에 쥐는 과정이 왜 이렇게 다들 복잡하게 꼬여있는 건지 모르겠다.
결국은 다시 오프라인으로 향하는 발걸음
결국 온라인 신청은 사진 업로드 파일 형식 문제로 에러가 났다. 확장자가 jpeg여야 하는데 png로 저장했더니 거부당한 모양이다. 다시 사진을 찍고 포토샵으로 크기 맞추고 하는 게 너무 피곤해서 노트북을 덮어버렸다. 애초에 그냥 처음에 주민센터 갔을 때 서류 제대로 챙겨서 한 번에 끝냈으면 됐을 텐데, 괜히 집에서 머리 굴리다가 시간만 3시간을 날렸다.
내일은 아침 일찍 다시 주민센터에 가봐야겠다. 이번엔 혹시 몰라서 여권도 챙기고, 예전에 받았던 국가 자격증 수첩도 가방에 넣었다. 굳이 이렇게까지 챙겨가야 하나 싶으면서도, 가서 또 ‘안 됩니다’ 소리 들으면 그게 더 짜증 날 것 같아서다. 아예 모바일 신분증을 쓰면 편하다는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들어온다. 그냥 게이트만 잘 열리는 실물 카드 하나면 충분한데, 세상은 자꾸 스마트폰 안으로 모든 걸 집어넣으라고 강요하는 것 같다.
낡은 카드와 새로 바뀔 카드의 사이에서
지갑 속에 꽂혀 있는 낡은 카드를 만져본다. 모서리는 이미 다 닳아서 투명 코팅이 너덜거린다. 이걸 받으러 처음 회사에 출근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몇 년이 지났나. 그동안 내 모습도 많이 변했는데, 정작 내 신분을 증명하는 이 작은 카드는 변하는 속도를 못 따라가서 매번 이렇게 애를 먹이는 것 같다.
내일 주민센터에 가서 신청서를 내고 오면, 아마 며칠 뒤에 등기로 카드가 올 것이다. 그럼 또 다시 보안팀에 가서 게이트 등록을 해달라고 부탁해야 한다. 그 과정이 솔직히 귀찮고 번거롭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왜 내 일상 하나 유지하는 게 이렇게 에너지가 많이 드는 건지 가끔은 의문이 든다. 그냥 다 디지털로 알아서 처리되면 좋으련만, 한국 행정은 여전히 사람을 직접 움직이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

모바일 국가자격증이 있다는 걸 알게 되니, 기존 카드 문제 외에 새로운 불편함이 더 생기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