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시작한 자격증 공부
처음에는 그냥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막연한 생각뿐이었다. 직장을 다니면서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있었고, 뭐라도 눈에 보이는 성과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컸다. 그래서 무작정 공인중개사 자격증 책을 샀다. 기본서가 무려 6권이나 되는 걸 보고 처음에 덜컥 겁부터 났던 기억이 난다. 대형 서점에서 20만 원이 조금 넘는 가격에 종합 세트를 결제했는데, 그땐 이게 내 인생을 바꿀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좀 우스운 일이다. 공부를 시작하고 나서 가장 먼저 부딪힌 벽은 시간 관리였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저녁 8시가 넘는데, 거기서 씻고 밥 먹고 나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2~3시간 정도였다. 그 시간마저도 피곤해서 멍하게 앉아 있다가 유튜브를 켜기 일쑤였다.
민법 때문에 몇 번을 포기하고 싶었나
민법은 정말 외계어 같았다. 법률 용어들이 한글인데도 읽히지가 않으니 미칠 노릇이었다. 처음에는 인강을 1.5배속으로 들으면서 열심히 필기했는데, 정작 문제를 풀려고 하니 머릿속이 하얘지는 경험을 수십 번 했다. 특히 물권법이나 채권법 파트로 넘어가면 이게 내가 공부하고 있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의구심이 든다. 작년 이맘때쯤 다른 사람들은 인강 환급반을 많이 등록한다길래 나도 에듀윌 같은 대형 사이트를 고민했는데, 결국은 비용 문제 때문에 그냥 독학 교재와 유튜브 무료 강의를 병행하는 방식을 택했다. 돌이켜보면 돈을 좀 쓰더라도 관리를 받는 게 나았을까 싶기도 하다. 확실히 혼자서 진도를 빼려니 강제성이 없어서 자꾸만 느슨해진다.
시험 기간마다 솟구치는 불안함
시험 날짜가 다가올수록 불안감이 턱 끝까지 차오른다. 단순히 지식을 쌓는 과정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의 한계를 시험하는 과정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며칠 전에는 새벽 2시까지 공부하다가 책상 위에서 잠이 들었는데, 꿈에서도 법조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나서 깨고 나서도 한참 동안 심장이 뛰었다. 가끔 온라인 커뮤니티에 들어가 보면 다들 나보다 훨씬 열심히 하는 것 같아서 자괴감도 든다. ‘이걸 따서 도대체 뭐가 달라질까’라는 회의감이 들 때는 정말 책을 덮어버리고 싶다. 그럼에도 다시 책을 펴는 건 그냥 여기서 멈추면 아무것도 아니게 될 것 같아서다. 그게 참 무서운 일이다.
시험장까지 가는 길은 멀기만 하다
시험은 보통 1년에 한 번뿐이라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 1차와 2차를 나누어 볼지, 아니면 한꺼번에 볼지 고민하다가 결국 1차만 집중하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이것조차 만만치 않다. 학원에 다니는 사람들은 이미 기출문제집을 3회독 이상 했다던데, 나는 아직 기본서 정독도 다 못 끝냈다. 가끔은 내가 너무 느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조급해지기도 한다. 시험비도 응시료를 내고 나니 실감이 나더라. 사실 자격증을 따도 당장 현업에 나갈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매달려야 하나 싶지만, 이미 투입한 시간과 노력이 아까워서라도 그만두기가 쉽지 않다. 마치 늪에 빠진 기분이다.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의문들
공부를 하면 할수록 답을 얻기보다는 질문이 더 많아지는 기분이다. 내가 이 자격증을 따고 나면 내 삶은 조금이라도 나아질까? 아니면 그냥 낡은 종이 한 장을 위해 이 아까운 주말들을 다 쏟아붓고 있는 건 아닐까? 가끔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창밖을 보면 사람들이 활기차게 지나다니는 모습이 부러울 때가 있다. 나는 좁은 칸막이 안에 갇혀서 낯선 법률 용어와 씨름하고 있는데 말이다. 앞으로 시험까지 남은 몇 달을 또 어떻게 버텨야 할지 막막하다. 합격해도 문제고, 떨어져도 문제인 이 상황이 도대체 언제쯤 끝날지 모르겠다. 그냥 오늘도 일단 책을 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