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시작 전에 영어부터 해결하라는 말
솔직히 노무사 공부를 마음먹었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민법이랑 노동법을 언제 다 보지’였다. 그런데 커뮤니티나 학원 게시판을 기웃거리다 보면 다들 입을 모아 하는 소리가 있다. 기본 강의 들어가기 전에 영어 성적부터 미리 만들어 놓으라는 거다. 토익 700점이라는 커트라인이 결코 높은 점수는 아니라고들 하지만, 막상 닥치니 이게 사람을 은근히 피 말리게 한다. 나는 결국 집 근처 어학원에서 80만 원 정도를 결제하고 한 달 반 동안 토익에 매달렸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으면서도, 나중에 전공 공부하다가 영어 점수 없어서 원서 접수 못 하는 불상사를 겪기 싫어서 꾸역꾸역 나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그 시간들이 법전 펴기 전의 일종의 예비 훈련 같기도 했다.
시험 접수 기간마다 찾아오는 이상한 긴장감
공인노무사 시험은 매년 1차 시험 원서 접수 때마다 영어 성적표를 제출해야 한다. 이게 참 묘한 게, 한 번 점수를 따두면 2년인가 3년은 유효기간이 인정되는데도 막상 접수 기간이 다가오면 괜히 불안해진다. 혹시나 시스템상에 오류가 있지는 않을까, 내 점수가 제대로 반영된 건가 싶어서 큐넷(Q-Net) 사이트를 몇 번이고 새로고침 한다. 시험장에 직접 가서 시험을 치는 것만큼이나 원서 접수 버튼을 누르기까지의 과정이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2년 전쯤인가, 다른 수험생들은 막판에 영어 성적 안 나와서 발을 동동 구르던데, 나는 다행히 미리 해둬서 그 고비는 넘겼지만 정작 본 시험 공부는 진도가 안 나가서 며칠을 멍하니 보냈던 기억이 난다.
비슷한 전문직 시험들 사이에서 느끼는 피로감
세무사 시험 준비하는 친구랑 가끔 술 한잔하면 서로 영어 어학 성적 때문에 피곤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세무사든 노무사든 전문직 시험은 일단 영어라는 문턱을 넘어야 비로소 ‘진짜 싸움’에 끼워준다. 요즘은 AI 시대니 뭐니 해서 기술적인 것들이 엄청나게 변한다는데, 왜 우리는 여전히 낡은 방식의 어학 성적 제출에 목을 매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ETRI 창립 50주년 뉴스를 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최첨단 로봇을 개발하고 스마트 팩토리를 세우는 세상인데, 왜 내 공부 방식은 여전히 10년 전과 똑같은 패턴인가 싶기도 하고. 물론 언어가 중요한 건 알지만, 법률 지식을 쌓으러 온 건데 왜 토익 LC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지 가끔은 의문이다.
결국 공부는 내 방식대로 흐르는 것
결국 남들이 ‘먼저 해라’라고 하는 것들을 다 해치우고 나서야 전공 책을 펼칠 수 있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공들여 준비한 영어 성적보다, 정작 시험장에 들어갔을 때 눈앞에 닥친 노동법 문제 하나가 더 기억에 남는다. 학원에서 배운 정석대로 하면 점수는 나오겠지만, 막상 현실의 수험 생활은 훨씬 더 울퉁불퉁하다.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서 편의점에서 김밥으로 때우고, 독서실 불이 꺼질 때까지 앉아 있다가 집에 돌아오면 녹초가 된다. 어학 성적 제출은 어쩌면 수험생들이 겪는 가장 작은 불편함일지도 모른다. 앞으로 남은 시험 기간 동안 또 어떤 예상치 못한 일들이 나를 방해할지, 혹은 내가 스스로 무너질지 잘 모르겠다. 그냥 오늘도 책상에 앉아 펜을 잡는 것뿐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도 과연 이렇게 하는 게 최선인지, 아니면 다른 효율적인 방법이 있을지 여전히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