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초중고 사교육비가 27조 원을 넘어섰다는 기사를 보며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저 역시 현장에서 아이들을 지켜보거나 관련 고민을 하는 학부모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다들 하나같이 ‘남들 다 하니까’라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더군요. 사실 중학교 중간고사를 앞두고 대구과외를 알아볼지, 아니면 유명한 인터넷 과외나 학습지를 구독할지 고민하는 건 너무나 흔한 풍경입니다. 하지만 막상 시작해 보면 현실은 교과서적인 조언과는 많이 다릅니다.
학원인가 학습지인가: 끝나지 않는 딜레마
흔히들 학원이 답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아이가 학원에서 3시간씩 앉아있어도 실력이 늘지 않는 경우를 너무나 많이 봤습니다. 제가 예전에 가르쳤던 학생 중 하나는 매일 수학 학원을 다니면서도 정작 학교 수업 시간엔 꾸준히 졸더라고요. 학원 숙제하느라 학교 학습지를 풀 시간조차 없었던 겁니다. 이 지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실수를 합니다. ‘학원만 보내면 알아서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아이의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갉아먹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기대와 현실의 괴리
저도 처음엔 유명한 수학문제집을 다 풀리면 성적이 오를 거라 믿었습니다. 시간은 약 2개월, 비용은 교재비 포함 10만 원 안팎으로 해결될 것 같았죠. 현실은요? 아이가 문제집 앞부분만 풀고 뒤쪽은 백지인 채로 시험장에 들어가는 일이 부지기수였습니다. 오히려 기대를 낮추고 아이 수준에 맞는 기초적인 학습지를 선택했을 때 더 큰 효과를 본 적도 있습니다. 사실 아이 속도에 맞춰 천천히 나가는 게 효율적인데, 부모의 조급함이 그 가능성을 차단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정적인 순간의 망설임
영어공부사이트나 고등수학인강을 구독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월 5만 원에서 20만 원 정도면 훌륭한 강좌를 무제한 들을 수 있지만, ‘과연 아이가 혼자 이 긴 영상을 다 볼까?’라는 의구심은 늘 남습니다. 저 역시 이런 고민 끝에 학습지 대신 스스로 문제집을 골라 하루 30분씩 풀어보게 했지만, 시험 결과는 항상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곤 했습니다. 노력한 만큼 점수가 나오는 과목이 있는 반면, 죽어라 해도 제자리걸음인 과목이 있는 거죠. 이럴 때 ‘방법이 틀렸나?’라며 밤새 고민하며 방향을 수정해야 하는 것이 부모의 진짜 숙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교육의 트레이드오프
분명한 건 학원과 학습지 사이에는 뚜렷한 trade-off가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학원은 ‘강제성’이라는 효율을 얻는 대신 ‘시간 관리의 주도권’을 잃고, 학습지는 ‘자유도’를 얻는 대신 ‘강력한 의지’가 없으면 중도 포기할 확률이 높습니다. 주변에서 좋다는 영어공부사이트가 있다고 무작정 결제하는 건 말리고 싶습니다. 아이가 현재 부족한 부분이 정확히 어디인지, 학교 시험 범위와 어느 정도 겹치는지 먼저 분석하는 게 우선입니다.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서 교과서만 정독하는 것이 학원 두 곳 다니는 것보다 나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조언의 한계점
제가 드리는 이 조언도 모든 아이에게 맞을 수는 없습니다. 특히 학습 결손이 심각한 아이에게는 기초를 잡아줄 전문가의 개입이 필수적일 수 있거든요. 반대로 너무 많은 사교육에 지친 아이에게는 휴식이 오히려 성적 향상의 비결이 될 수도 있습니다. 모든 상황을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내용은 이제 막 학원과 학습지 사이에서 갈등을 겪기 시작한 중학생 학부모님들에게는 도움이 되겠지만, 이미 사교육 시스템에 완전히 적응해 성적 정체기에 빠진 아이들에겐 크게 와닿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 바로 무엇을 시작하기보다는, 아이의 지난 시험지와 문제집을 펴놓고 ‘왜 틀렸는지’를 30분만 같이 고민해 보세요. 그게 시작입니다. 다만, 이 방식이 모든 성적대를 커버할 수는 없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